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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수용할 경우 제시할 담대한 제안에 대해 현실성 있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촘촘하게 준비하기 바란다.” 통일부가 22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2년 통일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하자 윤 대통령이 내놓은 반응이다.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란 제목의 통일부 국정추진계획은 ‘담대한 계획’으로 불린다. 윤 대통령이 5월 취임식에서 언급한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담대한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 안은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호혜적 남북관계 발전△평화적 통일 기반 구축등 3대 원칙을 내세웠다. 북한이 비핵화에 응하면 핵 개발의 필요를 불식시킬 정도의 경제지원과 안전보장의 내용을 담아 북한에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남북대화를 통해 북핵문제와 함께 대북경협 이슈가 포괄돼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2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2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첫 업무보고를 받고 권 장관에게 “통일부는 헌법 제3조와 제4조를 실현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부처라는 인식을 우선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했다. 4조에서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라고 명시했다.
윤 대통령은 “남북 간에 민족적·인도적·문화적 교류 협력의 지속이 중요하며 특히 청소년 등 미래세대 간에 소통과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라며 “남북 간 예술·스포츠·방송통신 교류 협력의 활성화에도 빈틈없이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통일 전략의 수립과 판단, 분석 역량을 강화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한이 전향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할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반대급부로 북한 경제와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이날 대통령실 기자들에게 업무보고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번 담대한 계획의 특징은 경제적인 조치 외에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데 근거로 삼고 있는 안보의 우려까지 우리가 어드레스(준비)를 한다는 부분”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 주목할 만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권 장관은 “경제적인 조치는 뭉텅이로 되면 우리도 뭉텅이로 준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잘게 나눠서 어느 정도 비핵화 조치가 이루어지면 우리가 이것을 하고, 또 우리가 하는 대신에 저쪽도 추가로 하고 이런 부분이 서로 서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렇게 설계해 나갈 생각”이라며 비핵화 여부에 따른 점진적 남북교류의 발전 단계를 알렸다.
통일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의 구상안을 보면 3대 원칙 하에 5대 핵심추진과제로 △비핵화와 남북 신뢰구축의 선순환 △상호 존중에 기반을 둔 남북관계 정상화△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과 분단 고통 해소 △개방과 소통을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 △국민·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통일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측은 업무 보고에서 “담대한 계획을 중심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신뢰구축의 선순환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여 단계별로 제공할 수 있는 대북 경제협력 및 안전보장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개발 명분으로 삼거나 핵개발 과정에서 우려를 표명하는 것 중 하나가 안보 문제”라면서 “담대한 계획엔 경제지원뿐 아니라 북한의 안보 분야 우려 사항도 같이 없애는 방안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더는 핵을 개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수준까지 북한에 제시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선 비핵화 후 지원’이라는 지점에서 MB 정부의 ‘'비핵·개방·3000’ 제안과 비슷한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당시 비핵화와 개방을 선택하면 10년 내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MB정부의 대북제재안과 비슷한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MB정부와의 윤 정부와 차별점은 조건 없는 선(先) 비핵화가 아닌 비핵화에 상응하는 단계적·도시적 이행을 북측에 이행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대북정책에 대해 5월23일 외신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대북 유화책(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을 비판하며 “저쪽(북한)의 심기 내지는 눈치를 보는 정책은 아무 효과가 없고 실패했다는 것이 지난 5년 동안 이미 증명됐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택할 문제인데 저는 북한을 망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라며 “북한이 한국과 번영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남광규 고려대 아세안문제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은 통화에서 “윤 정부 대북 기조의 큰 틀이 북한을 정상적인 경제국가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같은 맥락에서 보면 MB정부 당시 대북정책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윤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 MB라인 인사가 다수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남 센터장은 “그럼에도 북한이 코로나 19사태와 지속한 대북제재 때문에 내부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만큼, 보다 전향적 태도로 ‘담대한 계획’을 받을 여지가 생겼다”라며 “한·미 간 공조를 통한 ‘강 대 강’ 대치와 대화·협력을 위한 ‘유화정책’의 투 트랙 대북노선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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