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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서울 광화문 지하도 교보문구 입구에서 책을 파는 상인이 있었다. 상인은 ‘망했습니다. 100원에 드립니다’는 문구를 적은 허름한 종이를 붙여놓고 호기심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을 상대했다. 대학생이던 필자도 1000쪽은 훌쩍 넘어 보이는 두툼한 사전이 ‘100원’이라는 말에 혹해서 한 권을 구매했다. 그런데 며칠 후 집으로 사전과 함께 배달된 청구서는 ‘3만7000원’이었다. 반송을 고민했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결제한 일이 있다.
1950년대 말 강원도 최전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옥 씨 성을 가진 위관급 장교가 월북했다. 동료 장교들과 극심한 갈등이 월북 동기였다. 문제는 옥 장교가 대남방송을 통해 평소 갈등이 심했던 동료 장교 서너 명을 음해한 것이다. “김·오·박아무개 장교는 몇 월 며칠 내무반에서 나와 얘기하며 함께 월북하기로 약속 했으면서 왜 안 넘어 오냐. 어서 넘어오라.”
해당 부대와 국방부가 발칵 뒤집힌 건 물론이다. 쉬쉬하던 월북 문제가 불거졌을 뿐만 아니라 옥 장교가 거론한 김·오·박 장교도 금세 보직이 해임되고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고문이 횡행할 때이니 세 장교는 사형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때 이야기를 들려준 장교는 “까딱하면 나도 죽을 뻔했지만 증인을 내세우고 대대장이 사상을 보증해 강제 예편으로 마무리됐다”고 고백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군대는 공을 세워야 계급이 올라가는 특수직업군이라 동료나 군법무관도 서로가 경쟁 상대였다. 옥 대위처럼 ‘허위의 사실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신의칙(信義則)에 반하여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를 기망(欺罔)이라 한다. 옥 대위는 북한 방송을 통해 기망함으로써 각을 세웠던 옛 동료한테 깔끔하게 보복했다.
동해로 귀순했다가 강제 북송 당한 탈북 청년 2명과 관련해 논란이 뜨겁다. 귀순 의사를 자필로 밝힌 탈북인을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한 문재인정부의 반헌법·반인륜 범죄가 명백함에도 일각에서는 ‘16명을 죽인 살인마’ 운운하며 천인공노할 강제 북송을 합리화하고 있다. 필자가 제보 받기론 이는 북한의 전형적인 ‘기망통신’ 작전이다. 탈북 브로커든 반체제 인사든 북한 입장에서 범죄자를 송환받으려고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기망 정보를 흘렸다는 것이다. 기망 전술을 몰랐으면 무능이고 알았으면 역적이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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