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적은 20·60대 카드 리볼빙 잔액 1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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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여건 악화 신호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02 13:21:07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이 현실화되면서 20대와 60대 취약차주의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이월잔액이 1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2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농협카드를 제외한 8개 전업카드사의 카드 리볼빙 이월잔액은 6월 말 기준 6조7838억원을 기록했다. 이월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차주 수는 280만명에 달했다.

이 중 20대와 60대 카드 리볼빙 이월잔액은 6월 말 기준 1조1449억원을 기록했다. 20대는 5581억원, 60대 이상은 5858억원의 이월잔액을 보유했다. 이는 전체의 16.87%에 해당한다.

20대의 리볼빙 이월잔액은 △2017년 말 3052억원 △2018년 3693억원 △2019년 4387억원 △2020년 4579억원 △2021년 533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60세 이상의 리볼빙 이월잔액도 2017년 말 2878억원에서 2022년 6월 말 5858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볼빙 이월 잔액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이뤄진 2020년 2분기 이후 주춤했다가 지난해 2분기부터 다시 늘어났다. 리볼빙 이용이 증가한 건 월소득 대비 상환능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걸 뜻한다.

리볼빙은 가입자가 신용카드 대금을 해당 결제월에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연체 기록 없이 다음 달로 이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적절하게 이용 시 일시상환 부담을 줄이고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리볼빙 서비스가 카드대금 연체로 신용등급 하락을 막을 수 있어 대금을 전액 납부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마케팅을 하면서 리볼빙을 이용하면 카드대금 연체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만을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장기간 이용 시 금리가 높은 만큼 상환 금액의 부담이 커져 신용등급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걸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결제성 리볼빙 평균 금리는 6월 말 기준 연 14.06~18.43%에 달해 웬만한 저축은행 신용대출이나 카드론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제계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리볼빙 상품에 대해 고금리 대출상품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의 경우 차주의 신용도를 정확히 평가해 무분별한 대출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상품이다 보니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 카드사, 차주들이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상품이 불완전 판매가 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돈을 빌리는 사람은 자신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돈을 빌려야 할 것이고 카드사들도 차주의 신용도를 정확히 평가해서 무분별한 대출이 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5일 카드사 최고경영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전사의 가계대출은 취약차주가 이용하는 고금리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금리 상승 시 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취약차주에 대한 고금리 대출 취급 시 차주의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취급 관행이 정착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리볼빙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리볼빙 설명서 신설 △취약차주 가입시 해피콜 실시 △금리산정내역 안내 △금리 공시주기 단축 등을 추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