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 폐지’ 반대만이 능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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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 재래시장도 경쟁력 찾기 나서야

‘의무휴업 폐지’ 반대만이 능사일까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0 00:02:30

기업은 시장을 선도해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면 도태하게 마련이다. 만약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면 발 빠르게 대처해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게 상책이다.

대표적인 예가 LG 휴대폰이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직전인 2009년만 해도 LG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1억2000만대의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을 판매하는 글로벌 톱3 휴대폰 제조사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 개막 이후에는 후발주자로서의 전략 실패로 글로벌시장 점유율 1%대로 곤두박질치게 됐고 지금은 삼성 휴대폰만 시장에서 살아남은 채 LG휴대폰은 사라진 과거가 됐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찬반 논쟁도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상생을 내걸고 의무휴업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을 방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주요 유통업계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은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성장률은 온라인 유통업체가 크게 앞섰다. 온라인은 2020년에 비해 15.7% 성장했으나 오프라인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7.5% 성장에 그쳤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2013년 38조원에서 지난해 186조원으로 급성장하는 사이, 대형마트는 2012년 이후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1%대로 떨어졌다. 매장도 2019년 406개에서 지난해 384개로 쪼그라들었다.

소비자들의 이커머스 시장 유입은 대형마트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이후 쇼핑의 비중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이동해 대형마트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마트는 2020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점포 수를 대폭 줄이며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업 총매출 중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4.5%에서 지난해 8.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이 포함된 전문 소매점 비중도 40.7%에서 32.2%로 동반 하락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른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도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지는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도입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 동안 소상공인 매출은 6.1%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은 1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효과에 대해 소비자들도 회의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 설문에 따르면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골목 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냐’는 질문에 응답자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의무휴업 10년 동안 재래시장이 성장을 했다든지, 시장이 활성화됐다면 의무휴업 폐지는 마땅히 반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데도 상생을 논하면서 의무휴업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성장세가 이미 꺾인 대형마트의 성장을 아예 가로막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이 법 테두리 안에서 상생을 요구하기보다는 재래시장만의 경쟁력을 키워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재래시장도 시장경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래시장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과 마포구 망원시장처럼 성공적인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도 상권 특성에 맞춰 변신과 함께 새로운 시도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