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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라는 말이 있다. 좁은 시야를 나무에 빗대 표현한 말로, 숲을 보듯이 넓은 시야로 상황을 파악하라는 뜻이다. 경제나 정책 등 다양한 현상을 분석할 때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더 큰 부분을 보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는 말이지만 현 부동산 상황에는 오히려 거꾸로 생각하는 역발상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가끔은 숲보다 나무를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거래 절벽’ 현상으로 거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69.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도 내려가는 동반하락 추세가 포착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7월 한 달간 매주 꾸준히 가격이 내려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가가 하락했다고 발표한 현장을 직접 다녀 보면 오차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자료를 통해 나온 정보와는 반대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간 지역도 있고 예측보다 더 많이 떨어진 곳도 있었다. 부동산원 측에서는 표본 단지를 설정해 실제 거래 가능 금액을 기준으로 자료를 배포하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부동산원의 정보가 전체적인 부동산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매우 유용하지만 실거주 등의 목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더 확실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2%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오차가 발생한 몇가지 예시를 든다면 송파구 ‘헬리오시티’와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등을 꼽을 수 있다. ‘헬리오시티’는 송파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급 아파트 단지 중의 하나다. 실제 거래 정보를 확인해보면 낮은 가격에 거래된 매물이 눈에 띈다. 부동산원에서 나온 자료와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입증한 사례인 셈이다.
하지만 현장의 공인중개사 등에 따르면 해당 매물은 집주인이 급하게 처분하기 위해 내놓은 급매물이었을뿐 이를 제외한 다른 매물은 더 높은 가격에 호가가 형성됐다고 한다. 급매물에 맞춰 집값을 판단하기에는 대단지의 경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성북구의 길음동의 경우 7월에는 약간의 하락세를 보였으나 그 이후의 모든 매물은 더 높은 가격에 호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성북구 인근 공인중개사는 호가가 높게 형성된 것에 대해 오히려 허위매물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집값이 너무 내려가서 과도한 하락을 방지하고자 일부러 높은 가격에 매물을 올려놓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최근 각종 자료뿐 아니라 대다수 언론이 집값이 하락한다고 보도하는 상황이지만 실제 거래금액이나 호가가 더 올라간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급매물로 인해 잠깐 내려간 것처럼 보이는 곳도 있으며, 허위매물 등으로 호가가 올라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시적인 현상으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실거주를 목적으로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도 시장흐름이라는 대세만 보다가는 자칫 착시현상에 빠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파트 가격을 분석할 때는 대단지 위주로 시작해 시야를 넓혀야 하며, 대단지가 아닌 ‘나홀로’ 단지는 전체적인 시장 흐름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아파트 실거주를 목적으로 구매를 희망한다면 언론에 보도되는 ‘부동산 하락’이라는 숲을 보기보다는 나무 역할을 하는 지역별 ‘랜드마크’를 먼저 분석하는 것이 지혜로운 접근법이다. 그런 점에서 현 부동산 상황은 ‘숲보다 나무를 먼저 보라'고 역발상을 강조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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