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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퍼부은 집중호우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및 재산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퇴근 후에 서울 서초동 자택에 머물며 전화로 상황을 파악한 것을 놓고 ‘재난 컨트롤 타워의 부재’라는 야권의 비판이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이를 계기로 대통령실·내각의 전방위적인 쇄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경질에도 인사참사 논란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전면적 쇄신의 태세전환이 필요하다는 각계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폭우 피해까지 더해지면서 취임 석 달 만에 30% 밑으로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에 이미 돌아선 민심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관련자들은 이날 일제히 윤 대통령의 ‘자택 전화 대응’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8일 집중호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광화문 중앙재난안전본부로 이동하지 못한 점이 논란을 부추긴 발단이 됐다. 이날 강수량은 102년 만(송월동 관측소 기준)에 최고로 높았고, 당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한 시간 동안 141.5㎜의 폭우가 쏟아져 80년 만에 시간당 최대 강수량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기본적으로 일하려면 위기관리센터로 가셔야 한다”며 “위기관리센터는 전국 240여 개의 시군구를 연결할 수 있다. 서초동 아파트에서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이어 “아마도 서초동 아파트에는 비화 전화기라고 도청이 안 되는 전화기 몇 대 정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윤 대통령이 신도 아니고, 전화기 몇 대로 어떻게 재난 상황을 관리하고 점검한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이 위기관리센터로 가지 않은 배경과 관련해 “침수 때문에 못 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경호상의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대통령의 이동 동선은 항상 복수로 준비돼야 한다. 경호실장 경질 사유”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청와대 의전비서관 출신인 탁현민 씨도 YTN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정리를 해주는지에 따라 상황이 빨리 마무리된다”며 “대통령이 위기 상황에서 빨리 대응 회의를 주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그는 “한자리에 모여서 딱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자택에서 전화로 했으니…”라고 지적했다. 탁 전 비서관은 “청와대를 안 쓰겠다고 했을 때부터 우려했던 문제들”이라며 “예언 아닌 예언을 하자면 지금까지 벌어진 문제는 작은 문제고, 임기 내내 그런저런 문제들에 시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과 통화를 하고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안보·재난 관련 비상사태를 가장 먼저 인지하고 취합한 이후에 청와대 지하 벙커의 종합상황실에 관계 부처 담당자들이 대책을 논의해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과 상황이 부재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 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또한 MBC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는 것은 옳은 얘기지만, 국민의 정서는 대통령이 상황실 또는 현장에서 지휘하길 바라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기분이 상한 것 같다”며 “국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빨리 공관에 가서 제대로 집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야권의 비판에 대해 전날 대통령실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윤 대통령은 호우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서 총리, 내각, 지자체와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했다”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피해 상황을 점검했고, 호우 피해 현장에 나가 피해 이재민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최근 불거진 인사참사도 대통령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박순애 전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일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은 제 불찰”이라며 스스로 물러난바 있다. 지난달 4일 교육 수장에 임명된 지 35일 만에 이른바 ‘만 5세 입학’ 정책(‘취학연령 5세 하향’ 학제개편안) 등 혼선을 일으켰던 책임을 지고 중도에 사퇴한 셈이다. 윤석열정부 국무위원 가운데 첫번째 사임으로 사실상 ‘경질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나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에 이은 5번째 낙마로 정권출범 3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내각 구성도 완료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다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 하듯,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은 취임 약 석 달 만에 20%대로 떨어진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 지지율 조사였던 리얼미터의 8일 조사(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252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자세한 내용 중앙선관위 참조)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9.3%, ‘잘못하고 있다’라는 응답은 67.8%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20%대로 떨어진 지지율이 회복 아직 국면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리얼미터 배철호 수석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여당과 제1야당, 제2야당 모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간 상황에서 본격화할 경제위기 체감, 코로나 재확산 등 상황은 야당보다는 용산과 여당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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