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전 팔 비틀기를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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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전기료

정부는 한전 팔 비틀기를 멈춰라

임한상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7 00:02:30

한국전력이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일찌감치 예고된 적자다. 전력을 비싸게 사서 가계나 기업에 싸게 판매하는 구조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두부가 콩보다 싸다는 우스갯소리가 시중에 나돌아 다니겠는가.

한전은 12일 올해 2분기에 6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1분기에도 7조8000억원 규모의 분기 기준 역대 최대적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한전의 상반기 영업적자는 15조원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올 상반기만 해도 지난해 영업적자 5조9000억원의 2배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의 적자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업계에서는 한전이 하반기에도 끝 모를 적자 행진을 계속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된 한전의 적자 행진은 벌써 5분기 연속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전력을 비싸게 구입해 싸게 공급하는 한전의 역마진 구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한전은 일종의 망 사업자다. 전국에 구축해 놓은 전력망을 통해 발전사에서 구매한 전기를 가계·기업에 공급하는데 판매가격이 구매가격보다 싸다 보니 전기를 많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 달 한전이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살 때 적용하는 도매가인 전력시장가격(SMP)은 kWh(킬로와트시)당 200원을 웃도는 등 전력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고가였다. 올해 상반기 SMP는 kWh당 169.3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SMP kWh당 78원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뛰며 상승률이 무려 117.1%에 달했다. 전력 생산의 원료가 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같은 기간 t당 57만7700원에서 134만4100원으로 132.7% 상승했고, 유연탄 역시 99.1달러에서 318.8달러로 221.7% 치솟으며 발전회사가 전력을 생산하는 비용이 급등했다.

문제는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다. 정부의 가격통제로 올해 상반기 평균 전력 판매단가는 kWh당 110.4원이다. 전년 동기 평균 가격인 kWh당 104.9원에 비하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구매가격인 SMP 169.3원보다 58.9원이나 낮다. 두부가 콩보다 싸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다.

이로 인해 하반기 한전의 적자 규모는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적자가 쌓일수록 나중에 돌아올 국민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가 펼치고 있는 전기 요금 통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방적으로 억누른 요금은 후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한전의 부채를 결국 정부가 부담하고 전력가격을 한 번에 대폭 인상해 국민의 등골을 휘게 하는 그림이다.

현재 국가 부도 상황에 빠진 스리랑카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최근 전기 요금을 최대 264% 인상했다. 스리랑카 정부가 전기 요금을 올린 것은 9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민생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스리랑카 정부가 전기 요금 인상을 단행한 것은 국영전력회사 실론 전기의 누적 적자가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실론 전기의 적자는 6억1600만달러(8044억9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년간 한전처럼 경유와 석탄 등 발전 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적자 폭이 누적된 것이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로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공식적인 채무불이행 상태를 선언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경제위기 봉착이라는 코너에 몰리자 결국 9년간 통제해 온 전기료를 대폭 인상하는 황망한 짓거리를 했다.

스리랑카 사태는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전기 요금은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대한민국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한전의 재정 상태도 국가적인 사안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태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가격통제 조치들은 시장 기능을 마비시킬 뿐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국민이라면 정부의 전기료 인상 제동에 결코 박수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눈속임 조치는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임한상 차장대우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