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자금, 국내 투자로 몰린다… 케이맨제도, 미국 이어 對韓 투자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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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아니지만 일부 블랙머니 우려도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6 15:03:49

▲ 올 상반기 미국 다음으로 우리나라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국가는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조세회피처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국가로 미국에 이어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케이맨제도가 이름을 올렸다. 중남미 국가인 과테말라와 지중해 섬나라 몰타, 카리브해 섬나라 버진아일랜드 등도 10위권에 들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신고 기준 110억8600만달러(약 14조5116억원)이며, 이 가운데 케이맨제도에서 투입된 자금이 15억 4600만달러(약 2조241억원)로 전체의 13.9%를 차지해 미국의 29억4600만달러(약 3조8569억원)에 이어 두 번째였다.

미국과 케이맨제도 다음으로는 △싱가포르(13억9000만달러) △일본(8억9300만달러) △중국(8억8800만달러) 등의 순이었고 △네덜란드(7억3100만달러) △과테말라(5억7100만달러) △몰타(2억6400만달러) △영국(2억4400만달러) △버진아일랜드(2억2100만달러)도 10위권에 포진했다. 버진아일랜드 다음으로는 스위스(1억7200만달러)가 차지했다. 스위스 역시 비밀 거래 보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분류된다.

조세회피처란 개인이나 법인에 대해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을 물리지 않거나 세율이 매우 낮은 곳으로 기업 규제도 적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된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를 보면 미국과 싱가포르, 일본, 중국, 영국 등은 우리나라와 교역이 활발한 국가들이지만 2위 케이맨제도와 7위 과테말라, 8위 몰타, 10위 버진아일랜드 등은 교역 규모가 작은 편이다. 케이맨제도는 중남미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 섬나라로 인구 6만명 수준이다.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對)케이맨제도 수출액은 284만달러 수준으로 전체 교역국 중 184위였다.

큰 범주에서는 싱가포르와 네덜란드도 조세회피처로 분류되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상위 11개 국가 중에서 미국과 일본, 중국, 영국 등 4곳을 제외하면 7곳이 사실상 조세회피처인 셈이다.

올해 상반기 케이맨제도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투자액 15억4600만달러는 10년 전인 2012년 상반기 6200만달러의 2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가 2012년 상반기 71억700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10억8600만달러로 56.0% 증가한 것과 견줘보면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조세회피처 투자자 중 일부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의혹도 있다. 세금 회피 등을 위해 현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다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조세회피처가 자금세탁이나 탈세를 위한 합법적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조세회피 지역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자금은 주로 인수·합병(M&A) 목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며 글로벌 기업들이 절세를 위해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세워 운영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조세회피처를 통한 투자가 불법은 아니지만 국내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일반적인 국가 간 거래보다는 ‘블랙머니’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