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려 앉기’로 전신 스트레칭과 깊은 이완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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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의 자기돌봄 요가 에세이

고관절 등 하체의 힘과 유연성 키우는데 매우 효과적

강윤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19 09:44:43

달리기 전에 몸 풀기 운동으로 하는 ‘쪼그려 앉기(Malasana 말라사나, 화환 자세)’는 요가에서 중요한 자세 중 하나다. 이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무릎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을 먼저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 이상의 남성들 반응은 대체로 더 부정적이다. 그 세대에선 쪼그려 앉기 자세가 학교와 군대에서 흔한 체벌이었던 ‘오리걸음’의 기본 동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단한 몇 가지 팁을 활용하면 쪼그려 앉기는 벌 서는 자세가 아니라 오히려 전신 스트레칭과 깊은 이완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우선 쪼그려 앉기 자세는 하체 근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발목과 종아리, 골반의 유연성을 길러 주어 오랜 의자 생활로 굳은 하체 근육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이 자세를 취할 때 생긴 복압(복부 내 압력)은 장부를 자극하여 소화 기능, 배변 활동을 촉진시킨다. 임산부 요가 교실 참가자들도 쪼그려 앉은 오리걸음 걷기로 수련장을 한두 바퀴 돌고 나면 골반과 다리가 시원해진다며 좋아한다.

쪼그려 앉기 자세는 동양인만 가능하다고 하여 ‘아시안 스쿼트’라고도 불린다. 아시아 사람들이 서양인들에 비해 관절의 운동각이 큰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서양인들도 성장기에는 이 자세가 가능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의자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쪼그려 앉기 자세가 일반적인 앉기 자세였기 때문이다.

주로 입식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도 무의식적으로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하게 될 때가 종종 생긴다. 바닥에 떨어뜨린 물건을 집어들 때, 휴지나 걸레로 바닥의 오물을 닦아내야 할 때, 바닥에 놓여 있는 사물을 옮길 때, 그리고 절을 해야 할 때 등등. 이럴 때 쪼그려 앉기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일상생활에서의 자세와 움직임이 원활해진다.

쪼그려 앉기 자세를 취해 보면 자신의 하체 근골격 상태를 알 수 있다. 먼저 쪼그려 앉았을 때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는지 살펴보라. 만약 닿지 않는다면 발목 관절의 가동성(움직임의 범위)이 적고, 종아리 근육의 유연성이 많이 떨어졌다는 표시다. 이는 발바닥과 발목, 아킬레스건을 다치기 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음으론 무릎의 위치를 살펴보자. 양 무릎이 안쪽으로 향하거나, 이와 반대로 발끝이 벌어지는 각도가 45도 이상이라면 골반을 이루는 조직들의 불균형과 경직의 심각성을 나타낸다. 고관절과 같은 골반 조직들의 고른 유연성과 힘은 중년 이후 건강의 바로미터이다. 쪼그려 앉기 자세를 연습해야 할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쪼그려 앉기 자세의 핵심 포인트 4가지

올바른 쪼그려 앉기의 핵심 포인트는 네 가지다. 이 포인트를 명심하며 천천히 자세를 취한다면 어렵지 않게 스트레칭을 즐길 수 있다. 첫째, 서서 발을 엉덩이 너비보다 조금 더 넓게 벌린다. 발끝은 45도 각도로 바깥쪽을 향한다. 골반이 틀어지면 발끝이 과도하게 바깥쪽으로 돌아가게 되니 45도 각도를 지킬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앉는다. 이때 무릎은 발끝과 같은 각도와 방향으로 벌어진다.

바닥으로 내려앉는 동안 머리를 들되, 목의 힘을 빼는 것이 세 번째 포인트다. 목의 힘을 뺀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턱을 목 앞쪽으로 살짝 끌어당겨 준다. 목과 머리를 긴장시키지 않으면서 안정감을 가지고 내려앉을 수 있는 방법이다.

넷째, 허리가 굽지 않도록 주의한다. 꼬리뼈를 아래로 끌어내린다는 느낌으로 자세를 취하면 허리와 엉덩이를 깊게 스트레칭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등과 허리가 굽지 않을 만큼만 내려앉는 것이다. 처음엔 허벅지가 바닥과 수평이 될 정도만 내려간다 해도 문제없다. 대표적인 하체 근력 운동인 ‘스쿼트’ 자세가 된다.

만약 하체 근력이 약해서 자세가 불안정하고 내려앉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양 손으로 뭔가를 붙잡는 게 좋다. 벽이나 의자, 책상, 혹은 문틀에 가로로 고정시켜서 쓰는 운동용 봉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가볍게, 조금씩, 꾸준히 하다 보면 내려앉는 정도가 알게 모르게 늘어나게 된다.

초보자는 자세를 유지하기보다는 가능한 만큼 천천히, 횟수를 여러 번 연습한다. 숙련이 되면 20초~1분 정도 유지하기를 2~4회 실시해 본다. 무릎 수술 병력이 있거나 현재 무릎 질환이 있다면 재활 운동이 가능한 시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시도 여부를 결정한다.

깊은 호흡과 함께 바닥에 내려앉는 쪼그려 앉기 자세를 잘 활용해 보자.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장거리 운전 후에 실행하면 하체의 피로가 풀리고 전신을 이완시킬 수 있다. 바닥에 내려앉아야 할 때마다 4가지 핵심 포인트를 기억한다면 자세와 움직임이 좀 더 자유로워 질 수 있는, 작지만 위대한 습관 하나를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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