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가고 ‘체리따봉’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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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점입가경 모양새 ‘이준석 리스크’

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22 00:02:30

출범 100일을 넘긴 윤석열정부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십자포화를 연일 맞으며 지뢰밭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자신의 치부는 싹 가린 채 정치생명을 걸고 승부수를 내던진 이 전 대표는 미디어를 통해 연일 포격을 가하는 장외정치뿐 아니라 법정공방까지 더해 가며 전면전에 나선 상황이다. 윤 정부와 ‘윤핵관’의 숨통을 끊어 놓을 기세다.

집권여당의 전 대표가 여당의 대통령을 물어뜯으며 야당에 대한 비판은 한마디도 안 하는 헌정사 최초의 사태에 야당은 침묵하는 가운데 여당은 중진부터 지지자까지 자중지란에 빠진 채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분골쇄신하겠다”며 취임 100일 만에 처음으로 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 운영의 전환을 예고하자 이준석 전 대표는 “금 수도꼭지를 달겠다고 하고선 녹슨 수도꼭지를 달았다”며 바로 직격탄을 날렸다. 자당의 대통령에 대해 힘을 실어 주기는커녕 어깨죽지를 꺾은 채 무릎 킥을 가하는 이상한 모양새다.

징계 이후 1개월여의 극단적 내홍 끝에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론을 내린 국민의힘은 총력전에 공방전까지 나선 이 전 대표에 대해 추가 징계 가능성이라는 여지까지 남겨뒀다. 하지만 이에 대해 ‘푸하하’라는 한마디로 응수한 이 전 대표 때문에 보수층의 국정쇄신은 한낱 우스갯소리로 격하되고 말았다. 그는 과거 사석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X신’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한 사실이 논란으로 불거지자 "사석 욕설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맞받았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사석에서 ‘이××, 저××’라 했다고 폭로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힘에 입당했을 당시부터 대선 국면까지 공개 저격부터 잠행과 회동을 반복하면서 신경전을 주도한 이 전 대표는 이른바 ‘윤석열 정리된다’는 요지의 녹취록 유출사건으로 최고조의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같은 이 전 대표가 ‘체리따봉을 받지 못했다’면서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고 윤핵관의 실명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험지 출마를 공개 압박하면서 긴장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그는 아울러 비대위 출범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이어 출범무효 본안 소송과 무효 확인 본안 소송까지 제기했다. 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당은 재기 불능의 구렁텅이에 빠질 공산이 커 보인다. 현재진행형 분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지율 20%대를 횡보하는 윤석열 호(號)는 서서히 침몰해 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이 전 대표가 안고 있는 본질적 문제는 자신의 문제는 도외시한 채 타인이나 외부의 문제점만을 부각시키며 자기를 위해서만 큰 목소리를 낸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을 듯싶다. 즉 본인 스스로 ‘팬덤정치’에 올라타려 한다는 ‘자기정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의 국민의힘을 구성했던 팬덤을 ‘개혁’과 ‘타파’의 대상이라고 지목하면서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에만 매몰돼 있다는 얘기다. 그는 취임 이후 골수 국민의힘 지지층인 ‘태극기부대’ ‘부정선거방지대’로 표방되는 PK·TK 기반의 중·장년층에게는 ‘구태의 덫’인 동시에 ‘털어 내야 할 악습의 잔재’라며 청산대상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 전 대표는 청년 정치인 일부를 ‘여의도 2시 청년’이라 지칭하며 ‘청년 윤핵관’이라고 프레임을 씌운 뒤 다시 수면으로 끌어올리면서 새로운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윤 정부, 윤핵관으로 지칭된 중진 의원 중·장년, 청년 지지층까지 깡그리 ‘구태의 악습’이라고 서슴없이 비하하는 이 전 대표가 바라는 진정한 보수통합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 전 대표는 스스로 ‘내로남불 시전하는 젊은 꼰대’가 됐다. 그는 이번 당내 혼란상의 주요 원인이 된 자신의 ‘성상납·증거인멸 사주’ 의혹, 대선 당시 두 차례의 당무 거부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불편한 사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전 국토를 도는 잠행을 이어 가면서 선거유세와 유사한 장외정치에 몰입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6월 ‘0선 30대 제1야당 대표’라는 대한민국 정당사에 한 획을 그은 이준석 전 대표가 자칫 ‘체리따봉 자충수’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답변해야 할 차례다.

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