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미래,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해법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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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줄 것이 적어질수록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어
양국 관계 변곡점 명확히 시인해야 방향키 수정 가능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22 10:10:56

24일이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10주년 혹은 20주년 때와 달리 의외로 차분하고 냉랭하기까지 하다. 부인할 수 없는 냉정한 현주소다.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과거와 같은 관계 유지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양국 간의 직접적인 관계는 물론이고 주변 여건의 급격한 변화가 원인이다.

되돌아갈 수 없는 환상에 사로잡혀 불가능한 것에 집착하거나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빨리 떨쳐버리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개인에게 요구되는 현명한 대처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중국을 피하거나 외면할 필요는 없다. 흔들리지 말고 중심축을 바로 세우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중심을 잃고 기울어질수록 중국과 더 멀어지고 본래의 이웃으로부터도 외면당한다.

한·중 양국의 지난 30년을 각자의 처지에서 회고해 보면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처음 10년은 한국에게 중국은 대체 생산기지로, 중국에게 한국은 개혁·개방 지원 최적 파트너로 단추를 끼웠다.

다음 10년 동안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한국은 중국 제조업 육성의 최대 기여자로 지냈으니 수교 이후 20년은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한 시기라고 인정된다. 마지막 10년은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해 고전하는 시기이고, 중국은 본격적으로 한국을 따라붙거나 추월하기 시작하면서 강력한 경쟁자로 변신했다. 한편으론 중국의 힘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의 G2로 등극하면서 한·중 양국의 입장에서 관계를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구도가 되었다.

중국의 급부상은 미·중 간의 충돌로 발전했다. 지구상에 두 개의 패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과거 30년을 보면 한·중과 미·중의 관계가 매우 흡사하다. 첫 20년은 ‘도광양회(韬光养晦)’, 철저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 시기였다. 최근 10년은 중국이 칼집에서 칼을 빼내 ‘대국굴기(大国崛起)’를 선언하면서 지구촌 힘의 판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이 강력한 수단을 다각적으로 동원하면서 경제와 안보가 하나의 축에서 움직이는 글로벌 질서 변화가 상시화되고 있다. 당연히 한국처럼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크게 얽혀 있는 국가일수록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미·중 간의 힘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중 간의 경제적 현상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 속에 한국의 위상은 작아지고, 한국 속에 중국의 위상은 점점 커진다. 중국으로 들어가는 한국 기업이나 상품 혹은 사람은 줄고, 역으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기업이나 상품 혹은 사람은 늘어난다. 올해 들어선 처음으로 중국과의 무역수지도 적자로 반전되고 있기도 하다. 양국 국민의 정서도 예전 같지 않다. 중국인들에 한국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나라고 한국 상품에 대한 구매도 시들하다. 오히려 한국 상품과 차이가 없는 중국 상품 구매에 더 열을 올리는 ‘애국 소비(궈차오·國潮)’ 열풍이 거세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람도 중국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가성비가 좋은 중국 상품 구매에는 구태여 지갑을 닫지 않는다.

중국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의존 탈피, 기업의 피해 최소화하는 연착륙 만들어가야

18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거의 없고, 미래 기술에서 중국이 우리를 앞서고 있는 것도 수두룩하다. 앞서 있다는 반도체나 원자력 기술도 차이가 1년이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주력 산업이 해외 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로 반전됐다.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무역적자 전환이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니고 만성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은 더는 추격자가 아니라 대등한 경쟁자 내지 우월적 선도자로 바뀌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양국 관계가 큰 변곡점에 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시인해야 방향키의 수정이 가능하다.

당장 중국과의 관계에서 고민해야 할 두 개의 큰 고려 요소가 있다. 하나는 중국의 힘이 강해질수록 우리가 처한 입지가 더 좁아진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에 줄 수 있는 것이 적을수록 그들의 우리에 대한 처세가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이러한 현상이 장래에 바뀔 공산은 극히 희박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중국과 우리의 체제가 다르고, 동북아 안보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북한 편에 서면서 결국 적대적으로 되고 말 것이다.

이제 중국과의 제로섬 게임은 역시 멈춰야 한다. 그들이 미국에 자주 말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공동의 이익은 추구하되 서로 다름은 인정)’을 최근 우리 외교부 장관이 중국에 말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새로운 한·중 관계는 중국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의존을 낮춘 데서 시작되어야 하며, 기업의 후유증이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연착륙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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