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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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어머니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해. 그 사람이 누군지 그림이 얼마나 되는지 조만간 수사 결과가 나올 거야.”
진욱은 자신의 일인 양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소선의 그림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아무 일이 없었다면 선우에게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떤 그림이라 한들 소선의 것인데 되찾았으니 그보다 더 기쁠 일이 있을까.
더구나 진욱이 찾은 그림은 소선이 프랑스 유학 시절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이었다. 오죽하면 명환이 스크랩해 놓은 신문 기사를 그림만큼이나 고이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그 작품이 중간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선우는 이상하게도 자꾸만 진욱이 괜찮은지 더 이상 아무 일이 없는지 계속 마음이 쓰였다. 이제 와서? 7년 넘는 시간을 어디서 뭐하는지도 모르며 살아놓고 이제 와서?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쏟아져 나오는 마음을 내칠 수 없었다.
사고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에 이후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다독여봤지만 마음은 계속 요동쳤다.
아무리 물어도 진욱은 농담처럼 지나갈 뿐,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직접적인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게 더 마음에 걸렸다. 진욱은 늘 그런 사람이었다. 유쾌하고 밝았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이 마음의 짐이 되는 일은 피했다.
결정적으로 결혼 문제에 충돌이 생긴 것도 그런 그의 성격 때문이었다. 명환은 과외 선생으로서의 진욱은 좋아했지만 사윗감으로는 탐탁하게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선우는 알고 있었다. 어떤 누구를 데리고 와서 결혼한다고 해도 명환은 선우가 원하는 대로 지지해주라는 것을.
하지만 진욱은 자신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명환 때문에 선우와의 결혼 문제만은 늘 한걸음 물러서 있었다. 아무리 선우가 아니라고 해도 그는 자기 기준이 있다고 했다. 그러다 그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나중에 상훈이 말해 주었다. 장관의 딸이라고. 진욱이 연수원 수석 졸업을 하고 검사 임용식에서 대표선서를 하느라 장관의 눈에 들었다고.
진욱은 선우에게 엄마 같고 아빠 같은 연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진욱을 과외 선생으로 만난 지 10년이 넘도록 늘 청량한 어딘가에 마음을 정박하고 사는 사람 같았다. 그와 있으면 가슴 속에서 푸른 강물이 출렁거렸다.
그랬던 그가 다른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있었다. 선우가 상훈의 전화를 받고 대연호텔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진욱은 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내 들었었다. 그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마주 앉아 밥을 먹던 여자는 그걸 빼앗으려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땐 생각하지 못했었다. 상훈은 왜 하필 대연호텔 레스토랑으로 선우를 부른 것일까.
‘수배됨. 살아있음. 오늘 국회 출근 확인.’
상훈으로부터 문자가 날아왔다. 뒤이어 사진 한 장이 열렸다. 진욱이 트럭 앞에 서서 사람들과 어울려 있는 CCTT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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