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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법원, 수사권 개혁으로 오히려 사건 처리만 지연되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필자도 1년 전인 2021년 7월 28일자 본지 칼럼(’검경 수사권 조정, 국민에게 무슨 이익 줬나‘)에서 이를 지적했었다.
민사소송의 경우 1심 판결이 2년 넘게 걸리는 ’장기미제‘ 사건이 무려 3배 늘었다고 한다. 소장 제출 후 판사 얼굴 보기까지, 즉 첫 재판까지 다섯 달이 걸린다고 한다. 형사 사건도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70% 이상의 변호사들이 사건 지연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반인은 수치만으로는 실감을 못 할 것 같아서 변호사인 필자의 경험도 털어놓고 싶다.
새해 초에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 사건이 있었다.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소유자인 90세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자식들이 많다 보니 계약 이행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1억원을 더 올려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매수자로서는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완곡하게 거절하자 그 후로는 상대방이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그래서 마음이 완전히 떠난 매수인이 계약을 해지했고 필자가 의뢰를 받아서 계약금 배액을 구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게 되었다. 필자가 열심히 준비해 소장을 냈고 피고 측도 재빨리 반박 답변서를 냈다. 필자는 다시 공을 들여 재반박 준비서면을 냈다.
여기까지 딱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사건은 신속히 진행된 편이었고 나올 증거도 다 나와서 곧 첫 재판이 잡힐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세 달째 되는 시점에 판사는 사건을 ’조정 절차‘로 넘겨 버렸다. 손해배상 사건이 다소 ’원님 재판‘ 성격이 있다 보니 판사는 적당히 합의하게 할 의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조정이 무려 두 달 후에 열렸다. 소장 내고 꼬박 다섯 달이 걸린 셈이다. 그런데 조정위원이 턱없이 낮은 금액을 제시해서 원·피고 모두 이의신청을 해 버렸다. 그래서 필자는 이제 정식 재판일을 잡아 달라는 ’기일지정신청서‘라는 것을 냈지만 한 달 넘도록 아무 조치도 없이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이런 사건이 또 있는데 상대방이 먼저 조정을 신청했지만 우리 의뢰인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조정에 응할 의사 없으니 재판을 열어 달라는 취지로 서면을 미리 냈다. 그런데도 법원은 기어코 조정절차에 넘겨서는 조정일자까지 다 잡은 후에 조정 불성립으로 처리를 해버렸다. 그래서 이 사건도 나올 게 다 나왔는데도 재판 한 번 열리지 않은 채 7개월 넘는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조정은 분쟁을 빨리 끝내자는 절차이지만 조정안을 놓고 당사자를 설득하는 것이 변호사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첫 재판은 연 후에 판사가 법정에서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해 줘야 당사자도 납득하고 마음의 문을 열기 쉽다. 그런데 재판도 안 열고 바로 조정에 넘기면 조정도 잘 안 되고 그 사건이 다시 순서를 기다려 재판절차로 넘어 올 때까지 또 한참 시간만 흘러가게 된다.
재판이 지연되고 사건이 자꾸 쌓이다 보니 판사들이 이렇게 사건을 바로 조정으로 넘겨서 일단 시간을 벌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갔다. 시간을 버는 사례가 또 있는데 보통은 재판을 다 마치면 4주 이내로 판결 선고일을 잡았다. 이 시간 동안 판사는 판결문을 쓰는데 요즘은 선고일을 8주 간격으로 잡거나 선고일 다 돼서 갑자기 연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만큼 사건이 밀려 있는 것이 틀림없다.
형사 사건의 경우도 수사권을 가져간 경찰이 정작 고소를 잘 받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변호사가 고소장을 직접 접수하러 가도 변호사를 앉혀 놓고 고소장을 넘기면서 예컨대 민사사건이 아니냐며 트집을 잡아서 반려시키거나 다른 부서로 넘기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관련 민사 소송부터 제기해 놓고 고소장을 내기도 한다.
담당자가 휴가라는 핑계도 댄다. 최근에 2억원 넘는 업무상횡령 건을 고소했는데 담당자가 휴가라며 일단 ’임시‘로 접수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며칠 기다렸다가 정식 접수를 하러 가니 담당자 가족들이 휴가 중에 코로나에 걸려 격리됐으니 일주일 후에 오라고 한다. 그래서 꾹 참고 일주일을 더 기다렸다가 가니 이제는 담당자 본인도 확진 판정을 받아서 또 일주일 격리되었다는 것이다. 고소장을 경찰서라는 기관에 접수하는 것이지 수사관 개인에게 접수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더니 그제야 팀장이란 사람이 정식 접수증을 발부한다. 그런데 격리된 담당자가 곧 인사발령 대상이라며 또 말꼬리를 흐린다. 결국 고소장 접수하고 20일 지나도록 수사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른 것이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에 경찰서장들이 집단행동하며 반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 지휘의 공백이 발생한 틈에 현장의 근무 기강이 해이해진 것 같다.
검찰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사권 조정 후에도 6가지 중대범죄는 검찰이 계속 수사권을 갖기로 했는데 5억원 넘는 사기·횡령 건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기왕이면 검사가 직접 수사에 책임지게 하려고 피해액이 5억원 넘게 고소장을 작성해 검찰에 접수했다. 그런데 검찰은 고소인 대면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바로 고소장을 경찰서로 내려 보냈다. 그런데 경찰서는 중대 범죄는 일선 경찰서가 아닌 지방경찰청 산하 광역수사대 소관이라면서 고소인 조사 후에 바로 광역수사대로 사건을 보내는 것이다. 결국 6월 초에 검찰에 접수한 고소 건이 고소인 조사 한 번하고 3개월 가까이 길바닥에서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작년 11월에 제기했던 아주 간단한 사기 고소 건도 어떻게든 민사 사건으로 돌리려던 경찰의 방어를 뚫고 무려 다섯 달 만인 4월에 검찰 송치에 성공했다. 그런데 검사는 넉 달이 지나도록 아무 처분도 안 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형사부를 우대하고 인력을 늘리겠다고 했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아무런 개선 효과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추 장관 시절 가장 서슬이 퍼랬던 임은정 검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검사들이 형사 사건을 ’10원 짜리‘로 부른다는 망언을 해서 오히려 형사부의 입지를 더욱 왜소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이 법원, 경찰, 검찰 모두 사건 처리를 지연하고 있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가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여러 해법이 있겠지만 필자는 단언컨대 문 정부 이전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단 원점으로 돌아간 후에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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