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대출, 2년 반 새 160조↑… “업권 간 리스크 전이”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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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저축은행 역성장 및 부실화 우려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23 14:57:19

▲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 한 가게 문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코로나 엔데믹 체제로 전환되면서 경기 활성화가 되나 싶더니 최근 다시 급속도로 거세지는 코로나19 재유행과 함께 고금리·인플레의 진퇴양난이 계속되자 소상공인들은 좀처럼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2금융권 대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160조원이나 불어났다. 일각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2금융권은 신용이 낮은 취약 차주가 많아 금리가 인상되면 부실 발생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도 업권간 리스크 전이 가능성을 언급하며 돌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은 961조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 보다 무려 276조원이나 가파르게 증가했다. 6월 말 기준 제2금융권 대출은 2년 반 사이에 160조4000억원 불어나 70.7% 늘었다.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도 같은 기간 7만5000명에서 33만명으로 급증했다.

대출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 청년층과 노년층 다중채무자 수와 채무액의 증가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부실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여전업권의 노년층 다중채무자 수와 채무액 규모는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4월말 기준 각각 54만6000명, 8조5000억원으로 2017년 말 대비 각각 50.9%, 83.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청년층 다중채무자 수와 채무액 규모도 50만3000명, 11조1000억원으로 각각 10.6%, 71.1% 늘어났고 노년층 다중채무자 수와 채무액 규모도 9만5000명, 2조1000억원으로 각각 96.6%, 78.1% 급증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자 한계에 다다른 차주들이 더 이상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고, 2금융권 등으로 넘어와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는 2018년부터 하락하던 다중채무자이면서 하위 30% 저소득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 저신용 차주수가 전체 차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 3월말 기준 6.3%로 지난해 말 대비 0.3%p 상승 전환하는 등 다중채무자의 부실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조치가 이뤄지면서 연체율은 이전보다 낮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16%로 전월 말 0.2% 대비 0.04%p 떨어졌다.

금융권은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정상화되는 9월 이후부터 그동안 가려졌던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상채권 잔액 규모는 130조원에 이르며 이 중 소상공인 대출은 64조원이다.

금융당국도 9월 말 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2금융권에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 놓아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18일 ‘금융산업 리스크 대응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최근 금리상승,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산업 부문에서도 잠재부실 현재화, 자금조달 여건 악화, 자산가치 하락 등의 리스크가 우려된다”며 “최근 업권간 상호 연계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부문에 발생한 충격이 업권간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도 18일 금융권 의견수렴 및 소통을 위한 새출발기금 설명회에서 2금융권의 가파른 대출 증가를 지적했다. 그는 “2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지난 2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 대출이 44% 증가했는데 2금융권은 71%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의 2배가 넘게 늘어난 것인데 한 번에 부실화될 수 있는 만큼, 미리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관리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중소형 저축은행 간 양극화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중소형 저축은행에서 부실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의 ‘저축은행업권 내 실적 양극화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경기 악화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열위에 있는 중소형 저축은행이 역성장 및 부실화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