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거울처럼 비춰줄 ‘당신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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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세계는 새로운 우주이자 거울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26 09:32:03

‘나는 우주의 중심’이라는 말을 듣게 될 때가 있다. 자아의식이나 재산 확장이 생애의 과업인 것처럼 느끼는 당신으로서는 별 생각 없이 ‘우주의 중심’을 받아들인다. 그럼 그렇지, ‘나’ 라는 존재는 어떤 경우든 대체불가지. 나 없으면 모든 게 있으나마나잖아. 그러니까 나는 우주의 중심, 맞아!

그럴싸하다. 나의 부모, 형제, 한 평생 쌓아놓은 재산. 이것들을 세세하게 나열해놓은 후 그 속에서 달랑 ‘나’하나만 빼보면 바로 보인다. 모든 게 사라진 자리. 우주가 도대체 얼마나 거대하고 위대한지는 몰라도 내가 없으면 깨끗하게 끝이다.

분명한 것은, 우주의 중심이 기하학적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당신의 우주와 나의 우주는 도형이나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 형상이 아니다. 백 명이 있으면 백 개의 마음 속 우주다. 사람 아닌 생명도 마찬가지다. 눈이 없는 지렁이는 촉각으로 우주를 이해할 것이다. 강아지는 주로 냄새로써 우주를 이해할지도 모른다. 박쥐는 초음파를 쏴서 그 반사파로 세계를 이해한다. 70억 지구인의 우주는 70억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주의 중심이지만, 너 또한 중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솔직히, 나 혼자서 중심이고 너는 주변부에 있어 주면 좋겠다. 나는 너로 인해 나이지만, 너로 인해 불안하기도 하다. 네가 있어야 이 조직이 존속하지만, 네가 없으면 내가 대표다.

사람의 삶 속에서 ‘확장’은 권력이나 재산, 상하관계, 연인관계라는 추상적 영역일수록 더 불꽃 튀긴다. 눈에 보이고, 혀에 걸리고, 피부에 와 닿는 장벽이 없기 때문이다. 막상 발을 내디디면 상상하기 어려운 가상의 장벽들이 철벽처럼 길을 막곤 한다. 이런 상황이니, 새로운 우주라는 출구를 찾지 않을 수 없다.

‘꿈과 현실’이 ‘물과 우유’처럼 뒤섞이는 세상

21세기 4차 산업시대는 ‘현실과 가상의 융합 생태계’로 불리는 ‘메타버스’의 시대임을 알리고 있다. 이제는 가상의 땅과 건물, 지역이 실제 사용하는 돈으로 환산된다. 돈, 계급, 사랑, 명예가 가상의 현실 속에서 펼쳐진다. 분명히 꿈과 같은 시공간인데 내 의식과 내 모니터 안에 또렷이 잡힌다. 모니터 속 가상공간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다른 사람의 아바타와 춤추고 놀면서 하룻밤을 보낸다. 당신의 아바타가 당신인지, 내 자신이 아바타의 아바타인지 ‘몰라도 상관없고 알아도 좋을 현실’ 속에서 날밤을 세운다.

누군가 오래 전부터 이런 세계를 꿈꾸었을 것이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 모였던 8만 관중이 지금도 거기에 있는가. 가상의 공간처럼 사라지고 없지 않은가. 관중 없는 메인 스타디움이나 관중 없는 가상공간, 무슨 차이일까.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모이고, 그 안에서 즐거워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허공에 뜬 공간이든, 무지개처럼 사라져가든 무슨 상관이람! 그러고보니, 지나간 과거나 미래는 오늘 우리에게 도착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발명된 걸까, 발견된 걸까.

과거만 꿈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이 그리는 미래는 말할 것도 없다. 당신의 모든 마음이 메타버스 속에서 현실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의 생각이나 상상, 이상적 현실은 이제 제2, 제3의 당신에 의해 구현된다. 언젠가는 가상현실 속 당신 혹은, 당신이 만든 아바타가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는 당신에게 말할지도 모른다. ‘너무 목숨 걸고 욕망하지 마. 여기서 보면 다 허상이야! 당신 차원은 너무 유치해.’ 사람이 강아지를 쓰다듬듯 조언할지도 모른다.

21세기는 이미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인류가 스스로 만든 새로운 우주를 각자의 의식 속에 지급하기 시작했다. 마치, 지난 세기 말 286 컴퓨터 보급이 시작된 때처럼, 우리는 촌스럽고 신기해하며 가상현실을 매만진다. 소형 비행기에서 떨어진 콜라병을 막 주어든 부시맨처럼.

그러거나 말거나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의 가장자리를 뜯어내면서 당신의 ‘욕망’을 뒤섞고 있다. 현실이라고 믿고 욕망해온 그 모든 것들이 알고 보니 ‘가상의 세계’였다니! 한갓 헛된 꿈이라고 믿었던 풍경 사진 속으로 나를 당장에 데리고 가다니! 당신의 돈, 권력, 술, 담배, 인간관계 등 온갖 현실 게임이 한 번도 실재한 적 없는 모니터 속의 게임과 같고, 그 주체가 ‘당신의 마음’임을 쉽고 자상하게 설명할지도 모른다.

맑은 정신으로 죽음에 이르러 살아온 날을 되돌아본다면, 나의 생애는 무엇일까. 어쩌면 인류는 과학의 힘을 빌려 그렇게 돌아볼 자리를 앞당기고, 그 삶을 모니터 안에 넣어서, 현실 속의 환(幻)을 볼 수 있도록 스스로 열어 제친 게 아닐까.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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