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원하는 것은 5년이 아닌 백년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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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공’ 힘 빼고 ‘늘공’ 본연 모습 찾아야 현안 해결
지지율 하락에 초심 잃으면 실패한 前정권 재판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29 09:17:37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눈만 뜨면 우울한 뉴스들이 언론을 도배한다. 더 나아지기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예측이 줄을 잇는다. 갈수록 상황이 급속하게 악화하고 있는 데도 찔끔찔끔 나오는 처방전은 임시방편이고 미봉책에 그치고 있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국민의 실망감은 더 커진다.

2030 MZ세대나 노년층을 비롯해 심지어 견인차 구실을 하는 4050 중년층까지 전 세대가 희망보다는 절망감으로 삶에 대한 애착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 지금 목격되고 있는 명백한 현실이다.

국가 경영에 대한 비전과 목표가 상실되고,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는 후진국형 국가에서 보이는 전형적 모습이다. 걱정과 우려는 크지만 이를 타파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우리 내부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비관론을 확산시킨다.

고도성장 시기, 그래도 잘나가던 시절에는 정치가 망가지고 사회가 혼란해도 경제적 성취감은 있었다. 빠른 속도로 진전된 산업화 덕분에 더디지만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민주화의 속도를 지켜보면서 내 삶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잠재된 불평과 불만을 인내로 버텼다. 그러나 근자에 이것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를 실감한다.

이미 정점(頂點)까지 올라갔다가 하산 길로 들어선 이웃 일본이나 서유럽 국가들이 경험했거나 현재 경험하고 있는 공통적 현상이다. 아직 우리는 아니라고 애써 자위를 해 보지만 지금 나타나는 전반적 조짐을 보면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중에도 국가 방향키를 다시 틀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가는 쪽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쪽이 더 많다.

미래가 불안하다는 시그널이 여기저기서 깜빡거리는데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편 가르기 식 내부 분열로 인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특히 정치판이 이러한 구도를 만들어 놓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은 챙기면서 국민을 도탄 지경으로 몰아간다. 매 5년마다 반복되는 정권 창출을 위해 사활을 건다. ‘모 아니면 도’ 배팅으로 아마겟돈 식의 혈투를 벌인다.

국민의 삶이나 국가의 장래는 그들의 안중에 없다. 우리 국민의 자질이 저 정도밖에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될 때가 많다. 법을 만드는 입법 기관이라고 기고만장해서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을 무시하기 일쑤다. 이들에게 국가의 명운을 맡기고 속수무책으로 쳐다보고 있는 국민이 안쓰럽다.

내각책임제 국가도 아닌데 정권이 바뀌면 이런 수준 낮은 정치꾼들이 행정부의 요직까지 날렵하게 꿰찬다. 당정 협치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 변명으로 일관한다. 심지어 권력의 심장인 대통령실에까지 그들과 가까운 인물들을 심어 놓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어느 날 갑자기 공직자가 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의 신천지가 펼쳐진다. 이로 인해 늘공(늘 공무원)의 입지는 좁아지고 오히려 어공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한다. 한물간 퇴직 공직자들이 졸지에 정권의 얼굴마담으로 복귀하지만 그들조차도 액세서리에 불과할 뿐이다. 급격하게 불거져 나오고 있는 국가적 현안 해결과 새로운 시대정신의 구현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꼴이다.

과거 관행 단절을 통해 정상적 국가기능 회복하면 이 정권 성공 절반 확보

이처럼 해괴하고도 흉측한 무질서가 국가를 후퇴시키는 근본적 원인이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국가 백년대계가 아니고 5년에 걸친 자신의 영달이다. 이웃집 마실 다니듯이 왔다 가는 이들 어공 무리에게 국가의 장래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물며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진보 세력들이 진지를 구축하면서 기존 국가의 틀이나 계획을 일거에 확 바꾸는 무모함을 스스럼없이 추진한다.

정권 교체가 되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런 관행에 조련된 늘공에게선 소신이나 창의적 발상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중앙 무대만 그런 것이 아니고 지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천편일률적이고 미래 지향적이 아닌 구태 답습적인 행위로 현안은 더 곪아 터진다.

연금·노동·교육 등 3대 당면 개혁 과제와 더불어 저출산으로 인구 소멸·지방 붕괴 등 당장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이슈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공의 숫자나 힘이 빠져야 하고, 늘공을 본래의 위치로 되돌려야 한다. 잘 굴러가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늘공이 중심을 잡고 국가 백년대계의 기반을 만들어 산적한 국가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 보편적이다.

아무리 입법 기관이라 할지라도 이에 대해 간섭하거나 뜯어고치는 무모함은 차단해야 한다. 취임 100일 넘은 윤석열정부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가 기존 정치권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지율 하락으로 초심을 잃으면 실패한 과거 정권의 재판이 되고 만다. 정상적인 국가로 회귀하는 것만으로도 이 정권 성공의 절반은 가능하다. 과거와의 결연한 단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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