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다 죽여 놨던 원전 생태계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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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원전 건설에 러시아 하청 업체로 참여
3조3000억원 계약… 중소기업 ‘가뭄 끝 단비’
체코·폴란드·사우디 등 줄줄이 건설 계획 ‘희망’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29 00:02:02

우리나라가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따낸 이후 13년 만에 해외에서 원전 사업을 수주했다. 러시아 원전 기업이 이집트로부터 원전 4기 건설 프로젝트를 따냈는데, 한국수력원자력은 러시아 기업에서 그중 일부 프로젝트를 약 3조원에 받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지난 정부 탈원전 탓에 고사 직전까지 몰린 원자력 산업계 처지를 생각하면 응급 영양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붕괴 직전까지 몰렸던 국내 원전 산업이 본격적으로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수원이 수주한 것은 이집트 엘다바 원전의 기자재 공급과 일부 구조물 건설 사업이다. 러시아 원전 기업이 이집트로부터 300억달러(약 40조원) 공사를 따냈는데, 이 중 일부 프로젝트를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에 받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에 고사 직전이던 국내 원전 생태계에 ‘가뭄 끝 단비’다. 2009년 이명박정부 때 186억달러(약 25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와 비교하면 작지만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춘 한국 원전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맺은 엘다바 계약 금액 25억달러 중 현지 인건비와 자재 등을 제외한 60~70% 정도가 국내 시공·기자재 업체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원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원전의 보조기기 분야라 중소기업이 제작한 일반 기자재 비중이 크다”며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환경도 원자력 산업이 재부흥을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준다. 전 세계를 덮친 에너지난에다 탄소 중립의 긴박한 필요로 유럽·중동 등에서 원전 수요가 늘고 있다. 탈원전 독일까지 최근 원전 폐쇄 일시 중지 움직임이 있고,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도 내년까지 가동 원전을 현재의 7기에서 17기까지 늘리기로 했다.

현재 유럽에선 원전 수출의 강력한 경쟁 상대인 러시아에 대한 원전 입찰 참여 배제 움직임이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 견제를 받고 있다. 체코·폴란드가 2024년까지 신규 원전 건설국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국과 미국이 손을 잡으면 프랑스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상당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총 16기의 원전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사막에서 원전 건설을 이룬 나라는 한국뿐이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목표 삼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이루려면 관련 부처가 전면적인 협동 아래 고위급 세일즈 외교를 펴고 원자력 업계가 전력을 다해 달라붙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제 원자로와 냉각 계통 등 진짜 원전 수출을 이뤄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체코의 1200㎿(메가와트)급 원전 1기 입찰을 두고 미국·프랑스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원전 6기 건설을 계획 중인 폴란드에서는 미국과 협력해 수주를 노리고 있다. 이집트와 가까운 사우디아라비아의 2기와 UAE가 추가로 건설 예정인 바라카 5~6호기 수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수주에서 성공한 것은 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 면에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한국형 모델의 건설 단가는 미국의 65%, 러시아와 프랑스와 비교하면 50%대다.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 운전 이후 40여년간 꾸준히 원전을 건설·운용해온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집트 원전 건설 참여는 반가운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러시아 하청 업체로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간 미국이 건설 중인 보그틀 원전에 원자로 등 핵심 설비를 공급했을 정도로 세계 최고였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4기 수출에 성공해 놓고 13년 동안 무얼 하고 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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