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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역설적인 현상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1970~2018년 고령화 비율 연평균 증가율은 3.3%로 OECD 37개국 중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잃어버린 30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당장 인력이 시급한 산업계에 대한 해결책으로 ‘외국인노동자’ 유입 확대가 필요하다. 육아로 인한 유휴인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고령인구를 노동시장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용 있는 침체’ 현상… 대한민국 덮치는 ‘인력난’ 파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가 경제가 회복되는 가운데 실업률이 높았던 ‘고용 없는 회복’의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정치는 전 분기 대비 0%에 그쳤으나 실업률은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뉴질랜드도 1분기 경제가 역성장했지만 실업률은 3.3%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취업자 수, 고용률 등 양적인 고용지표는 대체로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산업‧업종별로 체감 고용상황이 서로 다르고 일부 산업 현장에서는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82만명 이상 급증했고 실업률도 2.9%로 낮아졌지만 성장률은 올해 2%대 초반, 내년에는 1%대로 예상되며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동시장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달 1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채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7%가 ‘인력 부족 상태’라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70.7%는 지난해 필요 인원보다 적은 수로 기업을 운영했고, 재직 인원 비중은 필요 인원의 82.9%로 나타났다. 채용 절차 진행에 대한 애로사항은 ‘필요 인력에 비해 입사지원자 부족’이 47.2%로 가장 많았다.
심각한 고령화로 인력난 장기화 예고
최근 우리나라 고령화 문제가 수렁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제시하는 연령별 인구현황을 보면 50~59세는 865만1829명인데 비해 0~9세는 362만4681명으로 약 2.4배 차이가 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 추이가 1980년 2372만 명에서 2020년 3738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2060년에는 2066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뜩이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새로 유입된 노동인구마저 특정 직종을 기피하면서 인력난에 허덕이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한 상태에서 자산 거품 붕괴까지 이중고가 덮치면서 장기 불황의 늪으로 빠져든 바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일본 정부 예산이 처음으로 약 1000조원을 넘어섰는데 이 가운데 사회보장 관련 예산은 전체 예산중 34.2%로 2018년에 비해 3.2% 늘어났다.
일본의 현 모습은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15~64세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21.8명에서 2060년에 이르러 90.4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면 되지만,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1월 자료를 통해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하면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러한 노동시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지만, 당장 필요한 인력은 여성과 고령층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올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고령 유휴인력 노동인구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 내놔야
육아로 인한 여성인력 손실에 대해서도 이들을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단녀’(경력단절 여성) 문제는 당사자 본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생산인구 감소로 이어져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폭넓은 사회활용 방안을 위해 서울시에선 지난달 18일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육아 조력자 돌봄수당‧바우처’ 지급 제도는 4촌 이내 친인척이 한 달 40시간 이상 아이를 돌보는 가구에 아이 1명당 돌봄수당 월 30만원을 최대 1년간 지급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력단절 여성 문제를 해결하고 인력난도 해소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여성인력 채용 확대를 넘어 육아기간 동안 재택근무제를 도입하거나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등 보다 적극적인 제도시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한국 이주 여성들에게 육아 돌보미 같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고령인구에 대한 노동시장 유인책 마련도 풀어야 할 과제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령인구의 노동시장 유인정책이 지원금 지원 등의 방식 위주인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은 “민간 직업교육학원들을 참여시켜 고령층에게 직업교육과 기업 채용의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역할은 사람이 필요한 기업과 일자리가 필요한 고령층 모두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구직자들에게 기업정보와 관련 기술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들은 관련 인재들을 데려갈 수 있도록 이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령자 고용방식 개편,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체계적인 고령자 교육과 지원을 위해서는 법률적 뒷받침부터 우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고령자 교육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된 법률이 없고, 교육 대상인 고령자의 연령 또한 명확하지 않다.
이에 반해 독일은 각 주(州)의 ‘평생교육법’을 기반으로 대학 및 직업훈련 교육기관의 협력과 주 정부의 예산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고령자 및 은퇴자 등이 연령이나 학습수준 등과 무관하게 무료로 등록할 수 있는 ‘제3세대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또한 시급히 고령자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강화해 직업현장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밖에도 정년 연장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인구절벽 심화와 심각한 고령화 추세에 조기 대응하기 위해서는 만 60세인 정년을 65세 등으로 늘리거나 아예 정년을 없애는 방안, 정년 이후에도 기업이 고령층을 다시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고령자들에 대한 계속고용 방식 변화와 함께 임금체계 개편도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풀어야할 과제다. 이와 관련, 대법원도 지난 5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고령자 고용과 임금체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다만, 정년 연장에 대한 최종 방안이 나오기까지 청년층의 반발과 사업주의 비용증가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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