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핵 없는 북한은 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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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의 자유전선]

과연 핵 없는 북한은 善일까

북이 대화·협상 통해 비핵화 한다는 것은 反문명적 착각
설사 핵을 포기한다 해도 잠재적 위협·악마성은 그대로

유동열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30 08:47:57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문제의 최우선 현안은 ‘북한의 비핵화’였다. 이전에도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한 1994년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 2003년부터 시작된 6자회담과 결과물인 2005년 9·19공동성명 등의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되었다. 1차 핵실험 이후에도 2007년 2·13합의, 10·3합의를 도출했으나 결국 비핵화에 실패하고 총 6차례 걸친 북한의 핵실험을 지켜봐야 했다.

특히 2018년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4.27)과 평양공동선언(9.19) 및 미·북 간의 싱가포르 공동성명(6.12)에 김정은이 직접 서명하며 ‘한반도(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해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2022년 현재 비핵화는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북핵 역량만 강화시켜 주었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첫 번째 착각은 아직도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고 믿는 풍조다.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 이래 무려 30여년간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시도하고 비핵화에 합의했으나 주지하듯이 모두 실패하였다. 일부에서는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트럼프·김정은 회담(2.27·28)이 결렬되어 북한의 비핵화가 무산되었다고 하나 이는 북핵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분석이다. ‘북한 비핵화’란 북한의 과거·현재·미래의 핵무기, 핵 시스템, 핵물질, 핵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까지를 완전히 해체하자는 것이다. 바로 북핵의 완전 폐기다.

김정은체제 하에서 핵은 첫째, 선대 수령(김일성·김정일)의 유훈(遺訓) 사업이며 둘째, 2013년 3월 당 전원회의와 2016년 제7차 당대회 때 공식 채택한 ‘경제 건설·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이라는 당의 정책방침이다. 이는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도 재확인되었다. 셋째는 김정은이 언급했듯이 ‘만능의 보검’이다. 이런 핵을 북한이 포기하겠는가?

대남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정권 목표인 전 한반도의 공산화통일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즉 김정은이 선대 수령의 유훈(핵 보유와 적화통일)을 포기하는 것이며 또한 이른바 ‘조선혁명 전통의 유일한 관철자이자 계승자’라는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이 상실되는 것이다.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김정은의 몸값이 한없이 높아진 것을 감안해 봐도 ‘핵 없는 북한’을 상상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는 김정은에게 핵 보유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참혹한 침공을 당하며 국가 존망의 상황에 직면한 상황에서 김정은은 비핵화란 곧 죽음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북한의 비핵화를 기대하는 것은 북한 김씨 집단의 실체를 외면하는 반문명적 처사다.

두 번째 착각은 북한의 비핵화만 달성되면 마치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 풍조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때 남북 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가. 한국 현대사를 잠시 상기해 보자. 북한은 6·25 남침전쟁 이후 해군경비함56호 피침(1967), 통일혁명당(1968), 1·21 청와대 기습(1968), KAL기 납북(1969), 박정희 대통령 저격(1974), 남침용 땅굴(1~4호), 판문점 도끼만행(1976), 아웅산 폭파·암살(1983), 김포공항 폭탄테러(1987), KAL 858기 폭파(1987), 중부지역당(1992), 강릉 잠수정 침투(1998) 등 8만여건의 대남 파괴 전복 활동을 지속적으로 자행했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에도 일심회간첩단(2006), 천안함폭침(2010), 연평도 포격도발(2010), 왕재산간첩단(2011), 3.20~6.25 사이버공격(2013), 청주간첩단(2021) 등에서 보듯이 여전히 대남 파괴활동을 자행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요원하나 설령 달성되었다고 해서 남북 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핵 없는 북한이 마치 선(善)한 집단인양, 역대 한국 정부와 미국 등 국제사회도 북한 비핵화에 올인하며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물론 북핵의 파장과 위험성을 감안할 때 최우선적으로 비핵화를 설정하는 것은 이해되나 북한 김씨집단의 본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정부도 취임사와 광복절 축사에서 북한에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하며 비핵화가 달성되면 대대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실현되지 않을 북한 비핵화를 전제한 대북정책은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향후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외교·경제적 제재가 추가된다고 해도, 지구상에서 김정은 정권이 없어지지 않는 한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즉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주체사상과 선군노선에 기반한 김정은 정권이 없어지고 김 씨 일족이 아닌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야만 가능하다.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현안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된다면 얼마 좋겠는가? 아직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바로 잡겠다고 하는 발상은 실현 불가능한 허구임을 깨달아야 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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