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책참모 “25년 진보 경제학은 총체적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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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충격 부른 소득주도성장도 ‘진보의 집단 오류’
‘부자 털어 빈자에 주자’는 로빈 후드 세계관 갇혀
“노인은 표 안 된다”며 노인정책 무시한 것도 패착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30 00:02:03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간부가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을 ‘운동권 논리에 불과했다’고 자백했다. 2012년 입당해 올해 초 부원장 퇴임 때까지 10년간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와 민주당 의원실 등에서 정책 참모로 일해 온 간부가 내놓은 자기반성이다. 그는 문 정부의 대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한국 진보의 집단 오류’라고 결론 내렸다. 그 결과 대규모 고용 충격까지 발생했음을 인정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이 높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곧 출간될 저서 ‘좋은 불평등’에 진보 진영의 경제정책을 운동권 논리라고 평가했다. 저서 내용은 민주당 입장에서 뼈아픈 내용이 많다. 예컨대 문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그가 ‘소주성은 한국 진보의 집단 오류’라고 결론 내린 부분이 그렇다. 그는 소주성으로 걷잡을 수 없는 고용 충격이 발생했다고 고백했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에 대해선 “최대 장점은 1만원이란 직관적인 구호가 외우기 쉽다는 것”이라고 격하했다.

진보 진영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주장을 내놓은 최 소장은 민주노동당 창당(2000년) 발기인 이력까지 합하면 진보 진영에서만 22년 활동해온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속했던 진보 진영을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 “그게 팩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 저서를 내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틀린 분석을 했고, 그래서 틀린 처방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가 열심히 집행하면 할수록 결과는 더욱 악화하기만 했다. 그리고 이 이슈가 끝난 게 아니라 계속 진행되는 이슈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생겨난 진보 진영의 불평등 통념이 대부분 틀렸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재벌·신자유주의·비정규직 남용’은 적폐이며 여기에서 불평등이 비롯됐다는 믿음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란 반성이다. ‘적폐의 경제학’은 불평등을 이분법으로 보게 할 뿐이고, 소주성 역시 그런 인식 때문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소주성과 관련해서는 ‘노동 담론’에 과잉 몰입했다고 반성했다. 노동계급론적 관점에서 보면 최하층인 1층에 있는 건 ‘저임금 노동자’다. 민주당은 1층 문제를 해결하면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1층이 아니라 지하실에 있었다. 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인 등 비노동자를 외면해 놓곤 겉으로 불평등 문제 해결을 외친 것이다. 최 소장은 민주당이 그렇게 나온 이유로 “노인은 ‘표’가 안 된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소주성을 ‘25년 진보 경제학의 총체적 실패’라고 강조했다. 25년이란 숫자는 진보 진영의 경제 담론이 확산하기 시작한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삼았다. 이 당시 586 운동권 세대의 마르크스주의에서 기초한 담론은 점차 ‘로빈 후드 세계관’과 연결됐다는 게 이 저서에 소개돼 있다. 쉽게 말해 부자의 것을 빼앗아 빈자에게 주겠다는 게 진보의 경제담론이란 것이다.

저서에 따르면 대선 이후 민주당에는 이재명 전 대선 후보에 대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유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잘했졌(잘했는데 졌다)’ 유령이 떠돌았다고 한다. 요즘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를 기다리며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있는 ‘감나무 유령’이 추가됐다고 한다. 최 소장은 민주당이 성공하려면 진보가 보수보다 유능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민주당이 다시 뛰고 있음을 보여주는 저서다. 더불어, 당내 분란만 저지르고 사법부 판결에 좌우되는 국민의힘이 처절히 반성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음을 예언하는 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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