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잔치’ 페덱스컵 골프대회 내년엔 상금 더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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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시리즈’ 탈피…대형 이벤트 자리매김
우승 보너스 240억원 넘는 돈벼락 행사
임성재 공동 2위로 보너스 77억원 받아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01 08:07:01

우승자에게 무려 1800만달러(한화 약 241억7400만원)의 돈벼락을 안기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페덱스컵 투어 챔피언십은 세계 골프의 판도를 확 바꿔 놓았다. 가히 메가톤급의 대사건이었다. “골프를 잘하면 떼돈 번다”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됐다. 페덱스컵은 초가을 스포츠를 상징하는 이벤트가 된 지 오래다.

PGA투어는 원래 휴가 시즌이 끝날 무렵인 8말 9초(8월 하순~9월 초순)에는 다소 썰렁했던 게 사실이다. 4대 메이저 대회가 모두 끝난 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나 필 미컬슨(이상 미국)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은 이맘때 열리는 대회에는 좀처럼 출전하지 않았다. 모처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체력을 충전하기 위해서였다.

스타가 없는 스포츠 이벤트는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미디어도 거의 다루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서 가을에 열리는 PGA투어를 ‘폴 시리즈(Fall Series)’라고 불렀다. 시즌 상금이 순위 125위까지 주어지는 이듬해 투어 카드를 지키기 위한 중하위권 선수들의 피튀기는 분투가 중심을 이뤘지만 팬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수 30명 출전하는 서바이벌 게임

2007년 창설된 페덱스컵은 지루하던 PGA 투어의 가을 시리즈를 사상 유례없는 ‘쩐의 잔치’로 바꿔 놓는 데 성공했다. 가을 대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우즈가 페덱스컵 원년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당시 1000만달러의 보너스를 거머쥐어 세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15년 동안 대회 형태는 여러차례 바뀌었지만 그 핵심은 바뀌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보너스(공식 상금에는 미포함)를 걸고 몇 개의 대회를 플레이오프 대회로 지정해 정규 시즌 상위 125명에게 출전권을 주고 대회를 거칠 때마다 생존자를 줄여나가 최종전인 페덱스컵 투어 챔피언십에는 30명에게만 문을 열어 주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다.

플레이오프 제도는 미국 프로야구(MLB)와 미국 프로농구(NBA), 미식 프로축구(NFL) 등이 정규 시즌보다 더 뜨거운 플레이오프 시즌을 운영해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것을 참고했다고 한다.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프로 축구의 경우에는 단일리그로 운영되어 플레이오프 제도가 없다.

매 대회마다 순위에 따른 포인트 부여

페덱스컵은 46개의 정규 시즌 매 대회마다 순위에 따라 페덱스컵 순위 포인트를 주고 이를 모두 합산해 정규 시즌 순위를 결정한다. 플레이오프 1차전인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을 거쳐 2차전인 BMW 챔피언십에는 70명이 출전했고,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는 최후의 30명만 나왔다. 플레이오프 1,2차 대회의 우승상금은 270만 달러에 달해 4대 메이저 대회 우승 상금을 뛰어넘는다.

2018년까지는 노던 트러스트, 델 테크놀로지 챔피언십, BMW 챔피언십, 투어챔피언십 등 4개의 플레이오프 대회를 치렀다. 대회의 흥미를 끝까지 유지하도록 플레이오프 우승 가산점을 높여 극적인 뒤집기가 가능하게 했다.

또 예전에는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와 시즌 전체 페덱스컵 우승자가 다른 경우가 많아 흥미가 분산된다는 지적에 따라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의 성적에 따라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의 출발선을 다르게 했다.

우승자 매킬로이 1800만달러의 주인공

올시즌 페덱스컵 랭킹 1위로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10언더파에서, 2위 패트릭 캔틀레이(이상 미국)는 8언더파에서 1라운드를 시작했지만 29일(한국시간) 최종 라운드에서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21언더파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다. 역대 세번째 우승이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4년 연속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아이언 맨’ 임성재는 매킬로이에 1타 뒤져 아시아인으로는 최고 성적인 공동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보너스 분배 방식은 승자 독식 구조에 가깝다. 매킬로이는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800만달러를 거머쥐었다. 겨우 1타 차 2위였던 임성재는 575만달러를 받았을 뿐이다. 이 둘의 상금 차이는 무려 1225만달러에 달한다. 4대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270만달러)와 PGA챔피언십(216만달러), US오픈(225만달러), 디오픈(207만달러) 등의 우승 상금이 200만달러를 약간 넘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의 돈벼락이 아닐 수 없다.

투어 챔피언십 꼴찌인 30위만 해도 50만달러의 두둑한 상금이 주어졌다. 페덱스컵의 스폰서인 미국의 세계적인 운송 회사 페덱스가 대회 보너스로만 모두 7000만달러를 내놓았기에 이런 돈 잔치가 가능했다.

주변을 돌봄에도 소홀함이 없었으면

페덱스컵 투어 챔피언십을 끝으로 2021~22시즌 PGA 투어는 모두 끝이 났다. 새 시즌은 다음 달 중순쯤에 시작된다. PGA투어 측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후원을 받고 있는 리브 골프를 의식해 PGA 투어 상금을 대대적으로 올리기로 했다고 한다. 유명 선수들의 이탈을 방지하겠다는 심산이다.

4대 메이저 대회와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3개 대회의 상금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다. 구체적인 상금 규모와 2022~23시즌 투어 일정은 곧 발표된다. 남의 나라 얘기지만 무척 부러울 따름이다. 골프를 잘 쳐 떼돈을 버는 스타 플레이들이 주변의 불우 이웃들을 돌보는 데에도 소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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