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만 통용되는 영어표현 알아가는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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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안토니 디쉴드의 한국영국 두 나라 이야기

“뉴 타티스(New Tatties)라니, 저게 뭐라는 거지?”
공동체의 결속 요인이자 타지인이 보면 배타 심리

이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01 08:06:02

제주에 머물다 스코틀랜드로 돌아온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신문에 난 ‘스코틀랜드 타티가 썩어 나간다’는 기사를 보니 몇 년 전 알게 된 미스테리 단어 하나가 떠오른다.

스코틀랜드에서 자동차로 지나는데 길가에 ‘뉴 타티스(New Tatties)’라는 팻말이 놓여 있었다. 뭐라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타티(Tatty)’란 너덜너덜하게 헌 것을 뜻하니 그걸 새것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인가? 새 길을 내려고 공사를 한다는 표시인가? 전방에 뭔가 위험한 것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것인가?

알고보니 ‘타티(tattie)’는 스코틀랜드에서 감자(potato)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뉴 타티스’는 새로 캔 감자를 뜻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영국에서 감자를 뜻하는 단어로 ‘스퍼드(spud)’가 있다. 혹은 영국 남서부의 농장 근처를 지나가다가 ‘팥츠 판매(Pots for Sale)’라는 팻말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팥츠(Pots)’는 감자를 뜻한다. 아일랜드에서는 ‘머피(murphy)’라고도 부른다.

▲ 스코틀랜드 컬른 지역의 한 농장에 ‘뉴 타티스(New Tatties)’ 팻말이 세워져 있다. [사진=필자 제공]

교과서 영어를 배워온 한국인으로서 영국 현지에서 쓰고 있는 영어를 알면 알수록 우리가 배운 영어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을 깨닫게 된다. 이유는 영국·웨일즈·스코틀랜드에서 보통사람들이 사용하는 영어는 교과서 영어를 벗어나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영어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교과서 영어를 배운 사람이 영국 중부지방의 토박이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배웠던 영어와 많이 다른 것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스코틀랜드 마을 사람들이 그들끼리 대화하는 것을 옆에서 듣는다면 그들이 쓰는 말이 과연 영어인지 귀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한국 사람이 알고 있는 영어단어가 현지에서는 의외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특히 많은 게 음식 이름이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는 ‘에딘버러 바위(Edinburgh Rock)’라는 사탕이 있다. 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누군가 “에딘버러 바위 좀 드셔보겠냐(Would you like to have some Edinburgh Rock?)고 묻는다면 어떤 표정을 할 지 궁금하다.

스코틀랜드 동북부 바닷가 컬른(Cullen)이란 마을에는 ‘컬른 스킹크(Cullen Skink)’라는 고등어 메뉴가 있다. 처음 듣는 이들에게는 무슨 음식인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이름이다. 또 소시지(Sausages)는 영국에서 ‘뱅어(Bangers)’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시지를 요리할 때 껍질이 “뱅!”하고 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시지가 스코틀랜드에 오면 ‘링스(Links)’가 되고 ‘론 소시지(Lorne Sausage)’는 소시지를 만드는 속(Sausage Meat)을 뜻한다.

이렇게 지역마다 사용하는 독특한 영어는 지역 공동체를 하나로 결속하는 핵심요소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타지역에 대한 배타 심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잉글랜드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인이 스코틀랜드의 지역 공동체에 속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례로 스코틀랜드 학교에 전학한 잉글랜드 태생 학생이 로버트 번즈(Robert Burns)의 시를 스코틀랜드 발음으로 낭독하지 못해 놀림거리가 되었다 한다. 타지인들을 상대로 자기 지역 영어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심리일 것이다.

“Ay up mi duck”과 “Top of the morning”

“에이 업 미 덕(Ay up mi duck)”은 영국 노팅엄에서 지방 토박이들이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Hello’하고 반갑게 부르는 인사말이다. 특히 살짝 허그를 하면서 이 말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날씨가 좋은 날이라면 “It’s a nice day, duck!” 하며 인사하는데, 개인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친한 사람들에 대한 통칭인 ‘Duck’을 문장 끝에 붙이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지역마다 이런 식으로 대화 끝에 친근한 호칭을 붙이는데, 영국 랑카스터 지방에서는 ‘Duck’ 대신 ‘Love’를 붙이는 식이다.

또 아일랜드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썼던 인사말 중에 “Top of the morning”이 있다. 이는 “The best of the day to you(오늘 최고의 날을 보내세요)”라는 의미의 인사라 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 말을 자주 써서 상투적 표현으로 전락하는 바람에 아일랜드에서는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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