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눈썹과 해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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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눈썹과 해썹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02 08:58:12

▲ 해썹인증 마크. 해썹인증의 의무적용 품종은 음료·빙과류 등 비가열 음료, 어류·연체류·조미가공품 등 냉동수산식품, 피자류·만두류·면류 등 냉동식품, 어묵류, 레토르트 식품, 배추김치 등 7가지다.

아이들과 끝말잇기 놀이를 하다보면 어휘력이 딸려 쩔쩔 맬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중학교에서 배우는 원소기호에 능숙한 아이들은 헬륨·리튬·베릴륨·나트륨·마그네슘·알루미늄 등 비장의 단어로 승부수를 던진다. 주로 우리 고유어 위주로 말을 잇던 필자는 패하기 일쑤지만 가끔 허를 찌를 때도 있다. 그중의 하나가 ‘썹’이다. 눈두덩와 눈시울에 난 털을 뜻하는 ‘눈썹’으로 지르면 대부분 당황한다. 모처럼 1승을 챙길 기회다.

호기심이 발동해 썹으로 끝나는 말을 찾아보았다. 의외로 솔찬히 있다. 컴퓨터 종사자들은 온라인 게임 서버를 줄여서 ‘썹’이라고도 하지만, 썹은 보통 제주방언으로 ‘잎’을 뜻한다. 나뭇잎은 낭썹, 들깻잎은 유썹, 마늘잎은 마농썹, 솔잎은 소낭썹, 대나무 잎은 대썹으로 불리고 씨앗에서 움이 트면서 처음으로 나오는 잎은 돌레썹으로 불린다. 잎나무·풋나무·물거리 따위의 땔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은 ‘썹섶’이다.

눈썰미 좋은 주부들은 다 아는 다른 썹도 있다. 바로 ‘해썹’이다. 해썹은 위해요소분석(Hazard Analysis)과 중요관리점(Critical Control Point)의 영문 약자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이다. 1959년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요청으로 우주식품회사 필스버리사가 개발했다. 무중력 상태에서 병원균 혹은 생물학적 독소가 전혀 없는 식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우주인들이 오랫동안 두고 먹어야하는 음식이니 위생에 완벽을 기한 기준이라고 보면 된다.

이를 위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규정된 12단계와 7원칙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즉,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가공·보존·유통·조리단계를 거쳐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의 각 단계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해요소를 사전에 완벽하게 제거하는 게 첫 번째 기준이다. 나아가 이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중요 관리점을 결정하여 자율적·체계적·효율적인 관리로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인 셈이다.

해썹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식품 안전 관리 체계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연합·국제기구(CODEX·WHO·FAO)에서도 모든 식품에 해썹를 적용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도입 돼 병원·학교·군부대 등에 김치 등 식품류를 납품하려면 반드시 해썹이 있어야 한다. 심사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서 맡고 있다. 조정진 주필

조정진 기자 jj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