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대한민국은 간첩 천국” 김국성 발언에 왜 모두 침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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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07 10:47:57

당혹스럽다. 한국사회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오래전 감지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중증의 정치적 혼수상태인 줄은 미처 몰랐다. 2017년 초 더불어민주당 송영길과 중국공산당 외교부장 왕이(王毅) 사이의 외교 뒷거래 의혹만 해도 그렇다. 지난달 16일자 스카이데일리가 그걸 1면 머리기사로 다루던 순간 나는 쾌재를 불렀다. 대한민국이 뒤집힐 걸로 예견한 것이다.

윤석열 새 정부가 “의혹을 밝히라”고 으름장을 놓고 코너에 몰린 민주당은 쩔쩔맬 것으로 당초 내다봤다. 그 전에 이 나라 언론이 벌떼처럼 달려들면서 문재인 정권 5년 동안의 치욕스러운 친중사대주의 흑역사가 만천하에 드러날 것으로 굳게 믿었다. 아니었다. 이후 20일이 지난 현재 그런 상황은 징후조차 없다. 민주당에서 “그건 가짜뉴스”라고 변명을 늘어놓는 일조차 벌어지지 않았다.

누구도 그 기사를 본 척하지 않고,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초현실적 상황의 연속이다. 너무 허탈하다. 그만큼 곤혹스러운 게 북한 대남공작 기구 중 하나인 정찰총국 소속 대좌(대령) 출신 탈북자 김국성의 잇단 폭로 문제다. 그 사안에도 한국 사회는 완전 무반응이다. 김국성, 그는 얼마 전 유튜브방송 ‘신의한수’에 전광훈 목사와 함께 출연했다.

그러곤 전직 대통령 김대중이 제2의 박헌영이고, 문재인은 제3의 박헌영이라는 무시무시한 내막을 털어놓았다. 김일성이 “김대중은 내가 준 돈을 먹고 남조선 혁명을 이끌어온 충직한 전사”라고 말했으며, 이 모든 증언은 자신이 조선로동당 파일을 들여다 본 결과라고 폭로했다. 김대중만 아니라 노무현·문재인 모두가 북한의 낙점을 받고 내세워졌다는 충격 발언까지 덧붙였다. 그건 다른 증언과도 일치한다.

전 목사는 별도의 자리에서 또 한 명의 증언자인 고정간첩 출신 박성엽(94·가명)의 증언을 이끌어 냈다. 박성엽은 8월 ‘너알아TV’에 출연해 해방 이후 대한민국 내 모든 사회혼란과 시위는 대부분 북한의 장난이라는 걸 밝혔다. 그 역시 김대중이 제2의 박헌영이고, 문재인은 제3의 박헌영이라고 새삼 실토했다.

그 방송을 본 뒤 나는 박성엽이 3년 전 펴냈던 책을 확보하고 문제의 발언을 확인해 봤다. 단행본 ‘북에서 남파한 고정간첩의 증언’에도 그 증언이 나온다. 그가 남파된 1968년 당시 부수상으로 있던 홍명희가 그를 전라북도 도당위원장으로 임명했고, 파견 전날 만찬에서 “남조선 전라도에는 하의도 출신으로 혁명가가 있다. 김대중 선생이 그 사람인데, 그를 도우면 남조선 혁명에 성공한다”(271쪽)고 말했다는 얘기다.

이남 출신인 박성엽은 6·25 전쟁 때 월북했다. 이후 김일성정치군사대학을 졸업했고 1968년 그해에 남파됐다가 끝내 자수한 인물이다. 광주교도소 7년 복역을 포함해 실형 9년을 산 뒤에 전향한 인물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성엽의 증언이 허튼소리라고 보시는가? 김국성의 발언도 미덥지 못한가?

아니다. 김국성은 지난해 말 폭로를 시작했다. 당시 펜앤드마이크에서 증언을 개시했다. 예전 황장엽이 대한민국 내부엔 간첩 5만명이 우글거리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지금은 그 수십 배라는 말을 했다. 그는 간첩 양성과 남파의 총책이니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현재는 북한이 대한민국을 삼키는 음모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으며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주한미군의 군사비밀이 수년 전부터 노출된 상황"이란 발언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김국성·박성엽의 증언은 메가톤급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국내 안보가 취약하다 아니다의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전체에 종북화가 너무 깊게 진행돼 문 닫기에 딱 좋은 상황이라는 우리의 우려와 맞아떨어진다. 그렇다. 북한이 원했던 남한의 인질국가화가 완성돼 피아(彼我) 구분을 못하는 지경이다.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상식이지만 국가를 보위할 헌법상의 책임이 있는 윤 대통령이 썩 나서야 한다. 정치권의 합의를 전제로, 그리고 국민적 동의 아래 국가비상사태를 당장 선포하는 게 맞다. 가칭 반주사파특별법을 만들든지, 헌법에 부여된 대통령 비상대권을 동원해서 긴급명령이나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한 상황이다. 그 전에 역대 좌파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이 김국성·박성엽의 증언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는 것도 옳다. 안 그러면 그 당은 로동당 2중대로 전락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벌어질까? 현재 상황으로 보아 그런 상황이 올 것 같진 않다. 개돼지가 다 된 국민과 정치권은 김국성·박성엽을 마냥 투명인간 취급하고, 그들 발언에 오불관언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묻는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정말 죽어야 죽는 줄 아는 건가? 이대로라면 패망 직전의 월남을 뺨친다. 나는 두렵다. 이 나라가 살아날 제3의 기회는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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