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전주 
)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제11호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바람처럼 한반도 동남쪽을 치고 지나갔다. 역대 최고의 풍속과 많은 비구름을 품고 있다는 예보로 전 국민이 긴장한 채 대비한 탓인지 피해는 예상보다 작았다. 고깃배가 많은 경남 해안가 일대에선 배를 육지로 끌어 올려 대형 창고로 옮기는 등 고생한 보람이다. 하루빨리 피해 회복과 일상이 회복되길 기대한다.
태풍이 불어 닥친 와중에 제주에서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돼 출근 길 국민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바로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 점포와 햄버거 가게 앞에 떡 허니 주차된 집채만 한 덤프트럭의 위용과 역할 때문이다. 웬만한 유리창은 산산조각 낼 수 있다는 태풍 예보를 접한 트럭운전기사가 트럭을 가게 앞에 바짝 붙여 주차해 ‘바람막이’ 역할을 한 것이다.
지난달 수도권 수해 때 피신해 있는 승용차에 주차 위반 스티커를 붙인 공무원도 이번엔 모르는 척 해야 할 것 같다. 오히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과 ‘아름다운 협업’에 동참한 트럭 운전기사들을 찾아내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노벨평화상보다 값진 상을 주면 어떨까. ‘사진을 보고 울컥했다’ ‘힌남노 때문에 종일 긴장했는데 트럭 주차 사진에 인류애 충전’ 등의 네티즌 반응에 백배 공감이다.
태풍과 관련된 기적보다 더 기적 같은 일은 1972년 태풍 ‘베티’가 한반도를 강타할 때 충북 단양군 단양읍 남한강의 시루섬에서 일어났다. 6만1000㎡ 규모로 떡 시루처럼 생긴 섬은 한강의 밤섬처럼 강 가운데 있는 수중도다. 그해 8월19일 오후 3시쯤 폭우로 불어난 강물로 44가구 250여명이 모여 살던 섬 전체가 물바다가 됐다. 오도 가도 못한 주민 198명이 높이 6m, 지름 5m짜리 물탱크 위로 올라갔다.
얼마 전 단양중학교 학생 198명이 재연할 때 느꼈듯이 지름 5m 안에 200명 가까운 사람이 꼼짝 안 하고 버티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당시 주민은 대부분 성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팔짱을 낀 채 구조대가 도착한 다음날 새벽까지 14시간을 버텼다. 갓 돌 지난 아기 한 명이 압사해 죽었을 뿐 나머지 197명은 무사했다. ‘시루섬의 기적’이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말이 숙연하다. “사람들이 알면 대열이 흐트러져 다른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 슬픔도 참았습니다.” 조정진 주필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2
감동이에요3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