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단골손님 두산, 가을잔치 초대 못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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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KBO리그 강자지만 고난의 시기 보내
모기업의 구단 투자 위축이 빚은 결과
곰의 뒷심과 저력 보여 주기를 바랄 뿐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08 10:58:54

국내에서 프로 스포츠로는 처음 출발한 프로 야구가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1982년 전두환 정권 때 탄생한 프로야구는 처음엔 6개 구단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10개 구단이 참여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의 탄생은 1980년 5·18 계엄령으로 정권을 잡은 뒤 펼친 소위 ‘3S(Screen·Sex·Sports)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프로야구는 프로 스포츠의 근간인 지역 연고지를 철저히 채택하고, 창단 기업을 물색했다. 프로야구 원년 때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함께해 온 구단은 두산베어스. 삼성라이언즈. 롯데자이언츠의 3개 구단뿐이다.

프로야구 원년 우승 이룬 명문 구단

이 중에서도 서울을 연고지로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구단 중의 하나인 두산은 프로야구 KBO 리그의 강자로 꼽혀온 인기 구단임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불사조’라고 불리는 우완 정통파 투수 박철순을 앞세워 프로야구 원년 우승을 일궈 낸 두산처럼 모범적으로 팀을 운영한 구단은 없다.

두산은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5년 이후 KBO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늘 순위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화수분 야구로 불리며 내부에서 철저히 육성을 통해 팀을 만들어 왔고, 대체 선수들이 충분히 모자란 부분을 메꾸었다. 또한 훌륭한 외국인, 특히 투수들을 영입하고 그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컨트롤한 것은 구단 직원들이나 코칭 스태프가 얼마나 훌륭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훌륭한 선수들뿐만 아니라 좋은 코치들을 양성했고, 이강철(kt 위즈)·김원형(SSG 랜더스) 등을 다른 팀의 사령탑으로 보낸 것 또한 대단한 일로 평가받을 만하다.

정규 리그 하위권… 승률 45%에도 미달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7년 연속 한국 시리즈 진출(3회 우승, 4회 준우승)이라는 대 위업을 달성했던 두산에게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던 고난의 시기가 찾아 들었다. 한국시리즈는 팀당 144경기의 페넌트 레이스를 펼친 뒤 플레이 오프를 거쳐 프로야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자리다.

가을 야구의 단골 손님인 두산은 6일 현재 KBO 리그에서 꼴찌에서 두번째인 9위에 머물러 있다. 두산에게는 너무나도 어색한 순위가 아닐 수 없고, 그야말로 낯선 가을이다. 선두 SSG와는 28.5 게임으로 격차가 크고, 가을 야구의 초대장을 받을 수 있는 5위 KIA 타이거즈와는 무려 8게임 차가 났다. 승률이 42.1%에 달할 정도로 부진한 만큼 가을 잔치는 사실상 물건너 간 상태다. 이제 남은 경기는 28경기에 불과하다.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매번 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19시즌에는 후반기 무려 9경기 차를 극복하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결국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하더니, 2020시즌은 3위, 2021시즌은 4위로 정규시즌을 마쳤지만 뒷심을 발휘해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무시무시한 저력을 과시했다. 두산에게 ‘미라클’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거의 매 시즌 핵심 자원이 이탈해 전력 약화가 우려되었지만 ‘화수분 야구’를 앞세워 위기를 극복하며 기적을 일으킨 두산이었다.

기적은 결코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적은 자주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기적인 것이 아닐까. 올해에도 드라마 같은 시나리오를 내심 기대했던 두산이지만 끝내 기적이 그들을 찾아오지 않았다. 두산이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것은 9개 구단 체제였던 2014년(6위)의 일이다. 시간을 더욱 거슬러 올라가도 ‘하위권’ 두산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2003년 기록한 7위(8개구단 체제)가 최근 20년동안 가장 낮은 순위였다.

그 정도로 두산은 언제나 강팀이자 상위권팀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올해 만큼은 '미라클 두산'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질 정도로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며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시즌 내내 이어진 선발 투수진의 부진과 공격력 약화를 굳이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두산 왕조의 몰락은 잘 알다시피 모기업인 두산그룹의 유동성 문제와 무관치가 않다. 모기업의 경영 부진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적지 않았다. 그 시작은 김현수였다. 미국 프로야구(MLB)로 떠난 뒤 다시 한국에 돌아왔건만 두산이 아닌 잠실 라이벌 LG트윈스를 택했고, 2017년엔 민병헌(롯데) 등 주축 선수들이 또 팀을 떠났다. 2018시즌을 마치고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두산의 ‘안방 마님’ 양의지도 NC다이노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게 끝은 아니었다. 2020시즌 후에는 오재일(삼성)·최주환(SSG)·이용찬(NC)이, 지난 시즌 끝나고는 박건우(NC)마저 팀을 이탈했다.

주축 선수들 이탈로 전력 약화 자초

구단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해서 반드시 우승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를 게을리할 경우에는 결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게 프로 스포츠 세계의 정설이며 속성이다. 두산의 부진은 이를 그대로 증명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두산이 그간 한국시리즈 우승 아니면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것일 뿐이다.

프로 스포츠 사상 첫 10년 연속 100만관중을 돌파한 두산은 팀 창단 40주년을 맞은 올시즌의 부진을 겸허한 반성과 자숙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충성도 높은 팬들은 그들의 재도약에 격려와 응원을 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새로운 시즌에는 곰의 뒷심과 저력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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