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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창이 마침...'))
25년 동안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던 안숙선(73) 명창이 마침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었다. 문화재청은 6일 안 명창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로 인정하는 한편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 인정은 해제했다고 밝혔다. 자타 공인 생존 최고의 판소리 명창에게 속칭 ‘인간문화재’ 타이틀이 주어진 것이다.
안 명창의 춘향가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은 늦어도 한참 늦은 측면이 있다. 국창(國唱)으로 불리던 만정(晩汀) 김소희(1917~1995) 사후 그의 제자 안숙선 만한 후계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안숙선은 ‘가야금산조 및 병창’ 부문 보유자라는 이유로 판소리 부문에선 타이틀이 없었다. ‘가야금산조 및 병창’ 부문은 보유자였던 박귀희(1921∼1993) 명창이 생전에 서둘러 제자 안숙선을 후계자로 정해서 벌어진 일이다.
제자 선점에 한 발 늦은 스승 김소희는 눈을 감기 직전 병상에서 문화재청 담당국장 앞으로 보내는 유서를 작성했다. 줄이 있는 공책에 연필로 힘겹게 작성된 유서엔 ‘국장님, 안숙선에게 춘향가 인간문화재 자리를 물려주고 싶으니 꼭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의 유서는 공개된 바 없지만, 필자는 1995년 4월17일 만정의 빈소에서 만난 안 명창이 ‘비공개’를 전제로 보여 줘 알고 있었다. 이제는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27년 만에 처음 공개하는 것이다.
판소리계에 쌍벽을 이루던 김소희와 박귀희는 절친이자 라이벌이었다. 숱하게 많은 제자를 길러낸 두 명창은 안숙선을 서로 찜했으나 먼저 손을 쓴 건 박귀희였다. 물론 안숙선은 가야금산조와 병창에서도 인간문화재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판소리에 더 큰 애착이 있던 안숙선은 가야금산조와 병창은 인간문화재로서 꼭 해야만 하는 발표회만 하고, 나머지 공연은 판소리에 집중했다.
여덟 살 때인 1957년 국악을 시작한 안 명창은 1986년 춘향가·흥보가·심청가·수궁가·적벽가 등 판소리 5바탕을 완창했다. 완창은 사서삼경을 통째로 외우는 수준으로 신의 경지로 불린다. 이후에도 프랑스 등 해외공연을 비롯해 국립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있으면서 판소리 보급에 혼신을 다했다. 박애리 같은 걸출한 제자도 키웠다. 비로소 국창으로 인정된 안 명창에 축하를 보낸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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