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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원 씨 때문에 전화드렸는데요, 안해원 씨가 안해원 씨가 아닌 것 같습니다.”
선우가 병원의 연락을 받은 건 이른 아침 출근길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미술관 개관 때문에 정신 없이 바빴지만 우선 병원으로 급히 핸들을 돌렸다. 해원이 해원이 아니라니 선우는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싶었다.
“우리 병원에 안해원 씨가 수술했던 20년 전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컴퓨터 화면에 안해원의 기록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다리를 다쳐서 입원했던 기록이었다. 3주 정도 깁스를 했었고 친구들이 돌아가며 가방을 들어주었던 기억이 선우의 머리 속에 하나씩 떠올랐다.
“그때 안해원 환자 오른쪽 다리 엑스레이가 이겁니다. 그리고 지금 안해원 환자분 오른쪽 다리 엑스레이 사진은 이거구요. 그리고 그때 다리 골절이 골반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어 골반 엑스레이를 찍은 기록이 더 있더라구요.”
선우가 언뜻 보기에도 오른쪽 다리 사진은 우선 길이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 보였고 골반 엑스레이는 전체 구조가 눈에 드러나게 다른 게 보였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다르긴 하지만 20년 전의 신체 상황이라서 지금 차이 나게 보이는 그런 경우는 없나요?”
선우의 질문에 의사는 다른 자료를 꺼내 놓았다.
“이게 20년 전 안해원 씨의 혈액형입니다. O형이죠. 그런데 지금 안해원 환자의 혈액형은 A형입니다. 이 두 분은 골격 구조가 다를 뿐 아니라 혈액형도 전혀 다릅니다.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해원이 진짜 해원이 아닐 수는 없으니 지금 집중치료실에 누워 있는 의식 없는 저 사람이 가짜 안해원이라는 말이 된다.
“어머 어머, 말도 안 돼. 걔가 안해원이 아니라면 누구란 거야? 그리고 왜 그 여자는 자기가 안해원이라면서 거기 나타난 거지?”
화영도 펄쩍 뛰었다. 누가 들어도 깜짝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 이상한 건 그 여자가 우리를 모두 알아봤다는 거야.”
선우는 화영에게 말하면서도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누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신이 안해원이라 사칭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 얼굴과 이름을 알아내고 학창 시절 나누었던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기억하듯 연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까 수빈이 해원이를 대하는 게 좀 이상했던 것 같아. 호텔 연회장에 들어올 때부터 수빈이 해원한테 해원이 맞는지, 뭔가 이상하게 보던 게 기억이 나거든. 혹시 말이야. 수빈이는 해원이 해원이 아닌 걸 알고 있었던 거 아닐까?”
화영의 말을 듣고 보니 선우 머릿속에 기억나는 장면들이 있었다. 수빈이 호텔 30층 로비에서 뭔가 할 말이 있다고 했지만 선우는 조 변호사와 통화하느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선우야 이야기할 게 있어.”
불안하고 초조했던 수빈의 눈빛이 불현듯 눈앞에 떠올랐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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