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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산부인과에서 나와 둘이 냉면 먹으러 갔어?”
나정은 선우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이 소리를 높였다.
“내가 하려는 말은 지금부터야, 선우야.”
목이 말랐던지 나정은 앞에 놓인 차를 훌쩍 마셔 버렸다.
회의를 마치고 기록 서류를 가지고 들어오던 양 실장이 얼른 나정에게 쥬스를 가져다 주었다.
“그 당시에 수빈이 제일 가까웠던 친구는 우리 모두 알던 것처럼 안해원이잖아. 그런데 왜 해원이 아닌 나를 불렀을까 정말 궁금했거든. 그래서 냉면을 먹으며 내가 물어봤어.”
“수빈아, 해원이한테는 말 안 했어? 둘이 싸웠니?”
나정의 물음에 수빈은 움찔했다.
“몰랐어? 해원이 캐나다 갔잖아.”
수빈은 냉면을 그릇째 들고는 후루룩 국물을 마셨다.
“해원이 한국 들어온 지가 언젠데? 해원이 못 봤어?”
“농활 갔다 와서 바로 캐나다 갔으니까. 그 다음은 나는 못 봤을 걸?”
수빈은 정말 냉면이 고팠던지 나정의 질문은 대강 얼버무리고 벌떡 일어서 카운터로 가더니 추가로 비빔을 하나 더 주문했다.
“지난주에 해원이 만났는데? 니가 어떻게 해원이를 못 봤어?”
그때만 해도 임신 등등의 문제로 신경 쓰느라 수빈이 해원 만난 걸 헷갈리고 있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빈은 조금 당황해 하더니 해원이 진짜 캐나다에서 왔느냐고 나정에게 되물었다. 그제야 나정은 알게 되었다. 수빈의 기억이 헷갈리는 게 아니라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날 해원은 나정과 점심을 먹고는 수빈과 등산 약속이 있다며 바로 일어났었다. 해원이 등산 좋아하는 건 알지만 걷는 걸 싫어하는 수빈이랑 간대서 나정은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날 나정은 해원과 식당에서 나와 중간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그 기억이 선명한 이유는 나정이 그날 이후 해원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수빈이 왜 거짓말했는지 나는 아직도 몰라. 그리고 해원이도 나는 그 후 한 번도 못 봤어. 웃긴 건 동창회에서 해원이한테 그때 이야기를 꺼냈는데 전혀 모르는 일처럼 대답을 하더라고. 나는 그때 해원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어.”
선우뿐 아니라 화영도 나정도 동창회에서 만난 해원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수빈이 자기 집으로 억지로 가자고 했던 일도 해원과 관계가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은 왜 그는 해원이 아니면서 해원인 척했던 것일까 하는 것만큼이나 그가 어떻게 해원과 그렇게 닮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선우야. 화영이한테 들었을 거니까 이 말은 해야겠어. 나도 그 사람 사랑한 건 아니야. 하지만 내 약혼자잖아. 나는 결혼을 해야만 했거든. 그런데 화영이 때문에 끝나버렸어. 돈 몇 푼 쥐어 준다고 그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나정은 목에 걸린 음식을 뱉어내듯이 단번에 말을 휙 쏟아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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