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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비대위원장으로 충남 공주 출신의 당내 최다선(5선) 의원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공식 임명했다. 법원이 주호영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을 한지 약 2주 만이다.
내부 분열과 내홍에 빠진 국민의힘 정상화를 위해 필수 전제조건인 비대위가 다시 닻을 다시 올린 셈이다. 그럼에도 순항을 위해서는 이른바 ‘이준석 리스크’ 먹구름이 걷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호(號) 비대위의 효력 등을 정지해달라며 이준석 전 당대표가 법원에 낸 가처분신청 사건의 심문이 14일 속개됐다. 당의 비상 상황을 새로 규정한 개정 당헌의 효력을 놓고 이준석 전 대표와 국민의힘 측이 법정에서 1시간여 동안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이 전 대표는 "당헌 개정 무효"를 역설했고,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 전 대표가 소송 자격이 없다"고 맞섰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 개정 등 절차를 마무리하며 전환 요건을 손질한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밀어부쳤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과정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주장하지만, 비상상황’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어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정진석비대위가 무산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이에 따라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임명한 비대위원들로 구성된 비대위 체제가 본격 가동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해 보인다.
법원이 이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한 후 ‘비대위 존속’에 대한 해석을 달리한 양측은 개정 당헌의 절차 및 내용상의 하자 여부를 놓고도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법원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 국민의힘은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휘말리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승리할 경우 성접대 수수 의혹에 경찰조사 및 윤리위 징계까지 받고 장외 여론전을 이끌어나가는 이 전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진석호 9명 비대위체제 완성… 이준석 가처분 신청이 ‘관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9명으로 출범한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위원장이 △3선 김상훈 의원 △재선 정점식 의원 △초선 전주혜 의원△김종혁 혁신위원회 대변인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 △김병민 전 비대위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9~10명으로 꾸려지는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장·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 당연직 3명을 제외한 나머지 6~7명은 기존 ‘주호영 비대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배제한 채 새로 선임하기로 했다.
주기환 신임 비상대책위원은 전날 인선이 발표된 직후 물러났다. 당내에선 “윤심(尹心)논란이 일자 본인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석이 된 비대위원 자리는 전주혜 의원이 맡게 됐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주 전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2003년 광주지검에서 근무할 때 인연을 맺었다. 이 때문에 주 전 위원 발탁 배경에 ‘윤심(尹心)’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 전 위원에게 호남의 대표성이 있다고 봤지만, 검찰 출신이다보니 외부에서는 대통령 측근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본인도 이런 면에서 고민이 깊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인선은 지역별 안배를 고려하면서 원내와 원외 인사를 두루 포함하되 원외 인사에 무게를 둬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자 했다”며 “지역별 안배와 통합을 고려해 해당 분야에 경험과 능력을 갖춘 분들로 모셨다”고 설명했다.
앞서 7일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로부터 신임비대위원장 지명을 받은 정 부의장은 곧이어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추인돼 제5차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식 임명됐다.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돼 온 인사들이 잇달아 거절 의사를 밝히며 급하게 일이 추진되다 보니 정기국회 중에 국회부의장이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을 맡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당을 안정시키는 것이 일차적 임무”라며 “당 내분과 분열을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이어 “친윤이니 윤핵관이니 하는 건 참 고약한 프레임”이라며 “윤핵관이라는 말 제발 그만 써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 비대위원장이 당 균열의 근본 원인을 ‘윤핵관’과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두 축의 권력다툼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 위원장은 이 대표의 추가가처분 가능성에 대해 ‘윤석열정부와 보수여권을 진정으로 위한 마음이라면 현명한 선택을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하지 말것을 거듭 당부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는 정 위원장 임명 하루 만에, 8일 서울남부지법에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결 효력 정지와 정 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2∼4차 가처분의 주요 내용은 크게 4가지로 나뉘는 데 △정진석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임명한 9월 8일 전국위원회 의결 효력 정지 △비대위를 설치한 9월 8일 전국위 의결에 대한 효력 정지(이상 4차 가처분) △당헌을 개정한 9월 5일 전국위 의결 효력 정지(3차 가처분) 등이다. 주 전 위원장 등 이전 비대위원을 상대로 한 2차 가처분 신청 사건과 1차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 사건은 비대위원들이 사퇴했기 때문에 각하되거나 이 전 대표 측에서 취하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당의 ‘비상상황’을 규정한 당헌 96조1항 등을 개정한 전국위 의결 효력정지 부분을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법원은 비대위 출범 명분인 비상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의 직무수행이 6개월 간 정지됐을 뿐, 궐위에 해당하지 않는데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아 의사결정에 지장이 없으므로 궐위에 준하는 상황도 아니라고 봤다.
국민의힘이 든 또 다른 사유인 ‘최고위원회 정원 과반수 이상 사퇴의사 표명’에 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이번 심문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당의 ‘비상상황’을 규정한 당헌 96조1항 등을 개정한 전국위 의결 효력정지 부분을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2일 상임전국위를 열고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 개정안 제96조 제1항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는데, 골자는 ‘비상상황’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개정안에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 이상이 궐위된 경우 비대위로 전활할 수 있는 ‘비상 상황’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상상황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사법 절차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당헌의 해당 조항은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의 경우를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 측은 김재원·배현진·정미경·조수진 등 앞서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이 사퇴한 상황에 당헌을 끼워 맞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소급효 금지의 원칙에 반하고 이 전 대표 개인에 대한 처분적 법률이라는 뜻이다.
이 전 대표 측 소송대리인 “추가 가처분 신청에서는 전국위 의결 자체의 효력 정지를 법원이 주문으로 판단해달라고 신청했다”며 “사전 단계라 각하해야 하는 사건이라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어 침해 위험이 있다면 소의 이익이 있다는 판례가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최고위원 4명 사퇴’ 조건은 과거에 발생한 사실관계에 당헌을 끼워 맞춘 것이 아니라 당 대표와 최고위원 간 권한을 대등하게 설정한 결과이기에 내용상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개정 당헌상 당 대표 1명만 사퇴해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당 대표가 비대위에 반대할 경우라도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 5명 중 80%의 동의를 얻으면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에 실체적 하자가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측 소송대리인은 “개정 당헌이 무효라면 그 내용이 사회상규에 반하거나 현저히 불합리·불공정해야 하는데 그런 당헌은 아니다”라며 “앞으로의 미래를 규율한다고 보면 아주 합리적이고, 그로 인해 생기는 결과(이 전 대표의 해임)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처분 신청 기각’ 자신 국힘 …李 ‘경찰수사’ 변수 남아 있어
정 위원장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은 정당 안에서 자체적으로, 자율적으로 내린 결정에 대해 과도한 개입을 하지 말아달라며 비대위 효력정지 등의 가처분 심문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13일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능하면 정치적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게 옳다”며 “내일 (법원) 심리에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며 “법원이 우려했던, 소위 비상 상황에 대한, 최고위 기능 상실 부분의 모호성이 해소됐다고 보기에 기각 판단을 자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6일 경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경찰은 이 전 대표가 받는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가 성접대를 의심받는 시기는 2013년으로 이미 5년인 시효가 지난 상태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이 무고죄로 고발한 사건은 여전히 기소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자신의 성접대 의혹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전 기자와 강용석 변호사를 각각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으며, 성접대가 있음에도 이 두 사람을 고소했다면 무고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고죄가 인정된다면 이 전 대표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정치적 상황이 달라질 수 도 있다. 사법의 잣대에 좌지우지되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당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예고한 상황에서 경찰 수사 결과는 28일로 예정된 윤리위 전체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준석 전 대표와 여당인 국민의 힘과의 힘겨루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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