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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거부하는 시정연설을 진행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가 핵무기 사용 조건이 담긴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하면서 한반도에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다고 전했다. 법령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는 11개 항으로 나누어 핵무력의 사명부터 구성, 지휘통제, 사용 결정의 집행, 사용 원칙과 조건 등을 담았다.
이 중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에서 “핵무력은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며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관련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고 핵무기 사용에 대한 김 위원장의 절대적 지위를 명시했다.
핵무기 사용 조건은 우선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와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포함됐다.
국가의 중요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와,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도 핵무력이 가능하도록 명시했다.
북한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도 핵무력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따른 결과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나라의 생존권과 국가와 인민의 미래의 안전이 달린 자위권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다”며 “핵적수국인 미국을 전망적으로 견제해야 할 우리로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한 발표는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거부를 표함과 동시에 정권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핵무력 정책 채택으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한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해당 법령은 국가핵무력 지휘통제체계가 공격받을 경우, 사전 작전계획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자동 핵 타격하게 돼 있는 만큼 우발적 충돌과 핵 관련 사고 위험도 크다.
북한이 비핵화 거부 의사를 천명하자 정치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9일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이후 “대화와 외교를 통해 비핵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총체적인 접근을 흔들림 없이 취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1일 SNS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초당적 노력에 나설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국제사회도 관련 언급을 내놓으며 한반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에 어떤 적대적 의도도 없다”며 “북한 관리들에게 공언한 대로 지속적으로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이 지속가능한 평화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주요 당사국들과 대화를 재개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전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국면에서 출발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기 위해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 발표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현지시간 16일 미국에서 제3차 한미 외교․국방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를 한다. 4년 8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이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적시 전개 등 구체적인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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