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된 신한동해오픈은 재일동포의 조국愛 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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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대회장 코마CC는 가장 한국적인 곳
큰 상금으로 첫 대회 치러 화젯거리
그들의 애국심과 충정에 감사한 마음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15 14:20:56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1년에 33개 대회에 총상금 규모만 해도 무려 300억원이 넘는다. 가히 세계 3대 투어라고 할 만하다. 이에 반해 남자 골프를 주관하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는 22개 대회에 총상금도 16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자 프로골프 투어에 비하면 남자 프로골프 투어는 빈약하기 그지 없다.

그렇지만 한국 남자 골프대회 중에는 단일 스폰서 대회로 무려 40여년 동안 열려온 골프 대회가 있다. 재일 교포들이 주축이 되어 조국 사랑을 실현하고 양국 간의 스포츠 교류 증진을 위해 창설한 신한동해오픈이 바로 그것이다. 단일 스폰서 프로골프 대회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으며, KPGA 투어의 자존심이라고 할 만하다.

창업 40주년 맞아 올핸 일본서 개최

38번째를 맞은 올해 대회는 추석 연휴이던 8~11일 일본 나라현의 코마 컨트리클럽에 열렸다. 일본에서 아시안 투어와 일본 남자프로골프(JGTO)투어 등 3개 투어가 공동 주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신한은행 창업 40주년을 기념해 초대 회장을 지낸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전 명예회장 등 대회 창설 주역들의 뜻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서 한국적인 냄새가 가장 강한 코마컨트리 클럽에서 대회를 치렀다. 이 전 명예회장이 지은 이 골프장은 코스 입구에 다보탑 조형물이 설치돼 있고, 코스 중간의 그늘집은 한국식 기와 지붕의 팔각정으로 돼 있다. 곰탕 등 한국의 토속 음식도 판매한다고 한다. 2011년 94세의 나이로 타계한 이 명예회장은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자본인 신한은행을 창립했고,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는 100억엔(한화 약 1100억원)을 모아 한국 정부에 기부하는 등 조국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재일동포 사업가들 조국에 골프 대회 창설

이렇듯 일본의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역 재일 상공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1981년 만든 대회가 신한동해오픈이다. 여러 사정으로 몇 차례 대회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식민지 시대를 몸으로 겪었던 재일동포 1세대들의 애국심이 대단했기에 이 대회가 탄생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당시 일본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의 넘버원 자리를 넘볼 정도로 대단한 기세였고, 일본의 골프 인기가 엄청나던 시절이었다.

일본에서 갖은 핍박을 받으며 어렵게 사업에 성공한 재일동포들은 사업을 하기 위해선 골프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골프장에서 자주 모임을 갖게 됐다. 조국의 골프 발전과 우수 선수가 나올 수 있도록 이바지하기 위해선 조국에서도 국제 수준의 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아 태어난 게 신한 동해오픈이었다.

동해라는 단어가 대회명에 든 이유는

그렇다면 왜 대회 이름에 동해(東海)라는 단어를 넣었을까. 동해는 재일동포들에게는 고향을 상징하는 어머니 같은 푸근한 단어이며 마음의 고향이다. 일본에서 조국을 보려면 반드시 동해 쪽을 바라봐야 했기에 그들에게 동해는 곧 조국이었다.

국내에 변변한 골프 대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1981년 국내 최대 규모인 1500만원의 상금이 걸린 프로 대회가 만들어진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며 화제였다. 한 해에 남자 프로골프 대회가 서너 개 열리는 게 고작이었던 당시에 대회가 하나 늘어난 것 자체도 반가운 일이었지만 특히 상금이 보통 대회의 2·3배나 많아 우승을 차지하기 위한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대회에는 총상금이 초창기 때보다 무려 100배가량 많은 14억원이 됐다. 오로지 조국의 골프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이 대회가 창립 취지에 맞게 하나의 밀알처럼 한국 골프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조국 골프 발전…그 꿈은 현실로

여자 골프의 인기에 치여 평가 절하되곤 하는 한국 남자골프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을 거둔 ‘아시아의 최강자’로 군림한 지 오래다. 2002년 5월 한국인으로는 처음 미국 PGA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린 ‘탱크’ 최경주를 시작으로 8월엔 2002년생인 김주형까지 9명이 무려 22승을 거둬 들였다.

최경주는 아시아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8승을 거두었고, 양용은은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 우승컵을 거머쥐기도 했다. 골프 역사도 훨씬 길고 프로 무대 사정도 한국보다 훨씬 넉넉한 일본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마츠야마 히데키(6승)를 포함해 5명이 12차례 정상에 올랐을 뿐이다.

신한동해오픈은 그동안 최상호·최경주·배상문·박상현·안병훈 등 기라성 같은 우승자들을 배출했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 골프의 이름을 드높인 레전드부터 앞으로 또 높여 나갈 기대주까지 우승자의 면면을 보면 한국 골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던 재일동포들의 소망이 실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남자골프가 극일(克日)을 하며 아시아의 호랑이가 되는 날을 기대하며 대회를 만들어 준 재일동포 상공인들의 깊은 애국심과 충정에 감사할 뿐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이 대회의 역사성을 얼마나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진정한 극일이란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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