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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 물가가 예상치보다 상승하며 미국 증시가 폭락했다. 물가 상승과 주가 하락의 여파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추가적인 대규모 금리 인상에 나설 태세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도 통화가치 하락과 수입 물가 상승 등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8.3% 올랐다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6월(9.1%), 7월(8.5%)보다는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앞서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예상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0%였다. 계절 조정 기준으로 살펴봐도 월스트리트는 소비자 물가가 전월 대비 0.1%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전월 대비 0.1% 올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10.6% 하락하고 연료유 가격이 5.9% 내리는 등 에너지 부문 가격 하락이 눈에 띄었다. 8월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3.8% 올랐지만 7월에 전년 동월 대비 32.9%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식료품 가격이 전월 대비 0.8%, 전년 동기 대비 11.4% 오르며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주거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6.2%, 전월 대비 0.7% 오른 것도 영향이 컸다.
물가 하락에 대한 기대가 꺾임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 공포감이 퍼지며 미국 증시가 폭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 대비 3.94% 하락했다. 여기에 S&P500 지수가 4.32% 내렸고 나스닥지수 또한 5.16% 떨어졌다.
미국 주가 폭락의 여파는 한국 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14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41% 급락한 2390.47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모두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코스닥 시장 역시 전일 대비 2.62% 내린 775.93으로 장을 시작했으며 상위 30개 종목 중 29개 종목이 하락하는 등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편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 연준이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이 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1%p를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을 예상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물가 인상으로 또 한 번의 금리 인상이 예상됨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또 다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경우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1393.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1390원대를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3월31일 이후 약 13년 5개월 만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적인 대규모 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됐던 사안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과 금융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도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우려로 대폭적인 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되고 있었다”며 “우리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대폭적인 금리인상이 어렵기 때문에 원화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이어 “수출을 회복하면서 경기가 개선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우리나라도 물가 상승이 예상되며, 외환 시장이 흔들리며 금융시장도 같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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