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추락이 곧 교육 위기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데일리-Talk] 교권 추락 논란

교권 추락이 곧 교육 위기다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16 00:02:30

선생님의 권위는 제도가 규정하는 그것과는 별개로 누구든 외경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이 쓰였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교권 추락 세태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싶다. 과거의 존중되던 교권은 이제 교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최근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교단에 누워 수업 중인 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져 학교에서의 교권 추락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충청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SNS상에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촬영한 영상이 올라왔다. 12초 분량의 영상에는 교단에 드러누운 남학생이 휴대전화로 여성 교사의 뒷모습을 촬영하는 듯한 장면이 담겼다. 다른 학생들은 이 광경을 보며 웃고 떠들었지만 교사는 학생의 행동을 무시한 채 수업을 진행했다.

해당 영상에 대해 충남도교육청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교권 침해 여부를 살펴본다는 방침을 내놨다. 학교 측은 “평소 학생들이 교사와 격의없이 지내다 보니 일어난 일”이라며 “학생이 교탁 주변 콘센트로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위해 교단에 올라갔고 검색을 했을 뿐 촬영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온라인에서는 교권 추락의 예시로 소개되며 사태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오늘날 이 같은 교권침해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는 형국이다. 지난달 31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9~2021년 동안 전국에서 접수된 교육활동 침해 행위 건수는 총 6128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일수가 줄며 감소했던 전국 초·중·고 교권 침해 사례는 지난해 대면 수업 증가와 함께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2269건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단체는 지난달 29일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생이 수업 중에 문제행동을 해도 교사가 이를 제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총의 한 관계자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어야 그나마 교권 침해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도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의 개정안에는 구체적으로 △교원에게 법령에 따른 생활지도권 부여 △교권보호위원회 처분에 따른 교권침해 이력의 학생부 기록 △교권침해 학생과 피해교원 분리 조치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현재 해당 의안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학생은 선생님을 존경하고 선생님은 학생을 사랑으로 가르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이것을 미풍양속으로 삼아 왔다. 이런 미풍양속이 잊혀지고 학생 지도에 법적처리 방안 등이 거론되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도덕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이 문제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현실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육이 선생님과 학생의 상호작용인 이상 올바른 교육을 위해 우리 교육의 장(場)에는 고통받는 학생도, 존중받지 못하는 선생님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교실 내 교권 추락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교육에 닥친 위기는 곧 나라의 미래에 위기가 닥쳤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