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로봇, 수요 높은데 경쟁력은 ‘꼴찌’… 중국에도 뒤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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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로봇산업에서 한국 위치 분석… 세계 9% 성장할 때 韓 2% ‘찔끔’
한국 로봇 밀도 932대로 1위… 종합경쟁력은 10점 만점에 7.4점·中 7.5점
로봇 산업 침체 우려… 부품 생산 역량·전문인력·기업 연계·분업구조 부족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16 00:05:00

▲ SK텔레콤이 개발한 인공지능 서빙로봇 '서빙고'.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SK텔레콤 제공]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로봇 수요가 가장 높은 나라임에도 로봇 산업의 경쟁력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장 성장률도 글로벌 시장보다 훨씬 뒤쳐져 관련 산업의 침체 우려도 나온다.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글로벌 로봇산업현황과 한국의 위치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산업은 제조업 현장에서 자동화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제조) 로봇 시장과 의료(수술로봇), 가정(청소로봇), 군사(정찰로봇) 등 서비스용 로봇시장으로 나눠지며, 모든 시장규모는 2020년 기준 243억달러에 달했다. 이 중에서 한국의 로봇시장 규모는 30억달러 수준에 그쳐 전 세계 시장의 12.3%에 불과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이 연간 9% 성장할 때 한국은 2% 성장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동자 1만명 당 설치된 로봇 대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세계 로봇밀도 평균이 126대인 반면 한국의 로봇밀도는 932대로, 일본(390대), 독일(371대), 미국(255대), 중국(246대) 등 제조업 경쟁국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산업 종합경쟁력은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스위스 등 주요 6개국 중 꼴찌였다. 1위는 일본이 차지했으며, 뒤이어 독일, 미국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종합경쟁력 평가 점수 10점 기준 7.4점을 기록해 중국(7.5)보다 뒤처진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중국은 보조금 지급, 연구개발(R&D) 비용 100% 공제 등 정부가 주도해 로봇산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졌고, 글로벌 로봇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M&A(기업결합) 등으로 한국을 추월을 본격화했다. 다만 로봇산업 R&D 경쟁력을 보면 한국(7.6)이 중국(7.5)을 0.1점 차이로 소폭 앞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로 이마저도 바짝 추격당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특히 로봇 부품 생산 역량을 의미하는 조달 부문에 있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부품 조달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데, 로봇 감속기(61%), 서브모터(65.1%) 등 핵심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타 필수부품의 경우에도 로봇 가격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구동부 부품을 국산화율이 15%에 불과했으며, 한국 첨단산업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의 국산화율도 24%에 머물렀다.

일본이 부품 조달 경쟁력 평가에서 9.8점으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기록하며 1위에 기록되는 동안 한국은 6.7점으로 주요 6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부진한 한국 로봇산업의 원인으로는 인력 부족이 꼽힌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인력이 부족해 하드웨어 전문가가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책임져야 하는 등 분업구조가 형성되지 않아 인력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로봇 인력 경쟁력에 있어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에 모두 뒤져 있으며, 업계 수요 대비 부족한 인력의 비율을 의미하는 로봇 전문인력 부족률(35%)도 매우 높았다.

기업 간 연계도 취약점으로 지목됐다.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이 기업별로 전문 영역에 특화한 뒤 상호 분업하는 구조를 가졌다면, 한국은 각 기업이 가치사슬 전 단계를 담당해 비용은 늘어나고 경쟁력은 떨어지는 비효율적인 구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한국의 로봇산업이 부품 수입 의존도 개선, 분야별 전문인력 양성, 산업 내분업 구조 활성화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보고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본부장은 “4차산업의 핵심분야인 로봇산업은 제조업 경쟁국들이 미래 산업 주도권을 위해 전략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분야 중 하나”라며 “신산업인 만큼 일상 속에서 알지 못하는 기존 규제들이 서비스 발달에 발목을 잡지 않도록 선제적인 규제 혁신과 제도적 뒷받침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