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
“난 너도 대학을 갔으면 좋겠어.”
소선이 정숙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재수해서 네가 원하는 대학 들어갈 첫 등록금은 될 거야. 우선 입학부터 하고 또 마련해 보기로 해.”
겉으로 봐서도 큰돈이었다. 하지만 정숙은 절대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소선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만으로 너무도 행복했고 할머니가 편찮아서 다른 도시로 가서 공부할 상황도 아니었다.
“이제까지 받은 도움만으로도 나는 새사람이 된 거나 마찬가지야. 이제 돈은 너를 위해서만 써 소선아.”
정숙은 받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소선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너를 위해 준비한 돈이니까 네 것이야. 네가 원하는 곳에 쓰면 좋겠어.”
소선은 며칠 머물며 근처 바닷가로 가서 그림을 그렸다. 정숙은 소선 옆에 붙어 앉아 밥도 챙겨주고 소소한 심부름도 하며 함께 지냈다. 그런 식으로라도 소선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너무도 행복했다.
소선은 외국으로 떠난 후에도 가끔 돈을 보내왔다.
‘나 여기 애들이랑 경쟁해서 1등 먹었어. 어마어마한 상금 받았어. 이거 다 네 덕분이야.’
도대체 프랑스에서 받은 상금이 왜 정숙 때문이라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간간이 어떤 이유를 만들어 소선은 제법 큰돈을 보내왔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소선은 제일 먼저 정숙을 찾았다.
“네가 있는 여기가 내 고향이야. 내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여기 있어. 너와 함께. 난 나중에 여기 내려와서 바다 보면서 그림만 그리면서 살 거야.”
더욱 멋진 모습으로 귀국한 소선은 이미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유명인이었다. 정숙은 소선에게 통장을 내밀었다. 소선이 그간 보내온 돈을 모아놓은 통장이었다.
“난 이 돈 필요 없어. 나도 이제 돈 벌고 있어. 너한테 더 도움을 받는다는 게 말이 안 돼.”
“정숙아, 우리, 집 하나 마련할까? 그럼 나중에 내가 여기 내려와서 그림 그리면서 같이 살면 되잖아.”
결국 소선은 더 큰돈을 보내왔고 그 사이 할머니 장례도 치르면서 정숙은 소선의 말대로 적당한 집을 마련했다.
소선은 바닷가 집을 원했는지 모르지만 바닷가 근처는 소선에게 편할 적당한 집이 없어 바다로부터는 좀 떨어진 곳이었다.
집의 이층은 소선을 위해 항상 준비해 두었다. 돈이 생기면 소선이 쓰기 편하게 침대를 샀고 화장대를 샀다. 언제든 소선이 와서 편하게 쉬기를 바랐다.
물론 소선이 은명환과 결혼할 거란 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집은 소선의 것이었다.
“죽고 싶어.”
어느 날 소식도 없이 덜컥 내려온 소선은 먹지도 자지도 않고 바닷가에 나가 그림만 그렸다.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사랑했는데 그가 내 사랑을 내치고 가버렸어. 죽고 싶어.”
한 숟갈만 밥을 뜨라고 사정하는 정숙 앞에서 소선이 눈물을 쏟았다. 떠난 그 사람 때문에 그리고 자신을 믿고 기다리고 있는 은명환 때문에 죽고 싶다고 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14
좋아요9
감동이에요4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