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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이 모처럼 골 세리머리를 마음껏 펼쳤다. 어제 새벽 후반 교체 선수로 투입된 손흥민은 13분 사이에 세 골을 몰아넣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새 시즌 골 가뭄을 단박에 극복했다. 팬들의 관심은 해맑은 그의 미소와 손가락 세리머니 ‘찰칵’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홈구장을 한 바퀴 돌며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가락 세리머니를 마음껏 보여줬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개막전인 맨시티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태극기와 함께 손가락으로 영어 알파벳 ‘K’ 자 모양을 한 사진을 게시했다. ‘K’는 KOREA의 머리글자임이 틀림없고, 마침 경기일이 광복절이라 조국 팬들에게 특별히 보낸 메시지였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보스턴삭스에서 활약한 언더투수 레전드 김병현 선수는 2003년 야유하는 관객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중지·장지) 하나 폈다가 두고두고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울러 ‘김중지’ ‘김법규’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중지 옆의 옆에 있는 엄지손가락(대지·무지·거지(巨指)·엄지손)을 폈다면 ‘김대범’이 될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손가락은 제각각 이름과 사연이 있다. 집게손가락(두지·검지)은 혼자서는 1등을 의미하고 가운데손가락과 함께하면 V(승리)를 상징한다. 약손가락(약지·무명지·약손)은 연인이 장래를 약속할 때 반지를 끼는 손가락이다. 새끼손가락(계지·새끼손·소지(小指))은 약속할 때 걸어주는 작지만 귀여운 손가락이다.
손가락 다섯 개를 갖고 노는 ‘가위바위보’도 흥미롭다. 손가락을 폈다 오무렸다 함으로써 승부를 결정짓는 게임이다. 규칙이 간단하고 공평하기에 쉽고 빠르게, 그러면서도 누구나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할 때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봤듯 가위바위보 한판으로 목숨이 오락가락하니 뭘 낼지는 신중해야 한다.
연초 SBS에서 방영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4회에 소개된 ‘창의동 사건(5세 여아 토막살인)’의 범인은 끝내 여아의 손가락 두 개의 행방을 밝히지 않았다. 작업 중 사고로 손가락 두 개를 잃은 범인의 자학이 빚어낸 범죄다. 부모에겐 열 자식이 다 소중하듯, 다섯 손가락도 모두 아픈 손가락이다. 손가락들 기억하는 소중한 약속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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