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의 무법천지 초래하는 ‘노란봉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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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정의당 정기국회 내 통과 방침 고수
노조 불법 파업에 기업의 손배 청구 ‘차단’
투쟁 일변도는 노사공멸 가는 길 직시하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1 00:02:01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침해하고 노조에 면죄부를 주는 친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정기국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에도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이른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거나(노조법 2조) 폭력·파괴 등 직접손해를 제외하고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 등(3조)이 핵심 내용이다.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산업계와 여당 우려가 쏟아지는데도 거대 야당이 의석 수로 반(反)기업 입법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여당 못잖게 국정에 책임이 큰 제1야당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말로만 ‘민생과 경제 살리기’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기업 숨통을 죄는 법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센 이유다.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가 손배소 압박 속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노조원 압박 수단으로 악용되는 기존 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19대·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이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하지만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에 대해 대우조선 측이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논란이 되자 야권이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불법 파업에 따른 재산권 침해를 방기해서는 안 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정기국회 기간 여야 간 첨예한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야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만큼 각 정당들이 자신들의 지지 세력만을 의식해 맹목적 입법에 나서거나 발목잡기식 반대로 일관해서는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빚어질 파장과 부작용을 제대로 봐야 한다. 그동안 기업들은 노조의 불법 점거 등을 차단하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등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노조의 불법행위에 면책 특권까지 주면 사용자 측의 대항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해외 사례가 있지만,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나라는 사실상 영국뿐이다. 영국조차도 배상 상한을 정해 놨을 뿐이며 노조의 면책 요건도 제한적이다. 영국에는 대체근로 허용, 파업 12주 이후 가능한 해고제도 등 사측을 위한 다른 장치도 있다. 노조 입장이 다각도로 법에 반영되는 독일·프랑스는 물론 일본에도 없다. 그러잖아도 거대 귀족 노조가 주도하는 불법 쟁의가 갈수록 과격해지면서 산업 현장이 ‘무법천지’가 되고 있는 판인데, 이젠 파업에 속수무책 상황의 현실화가 우려된다.

민주당은 자성하길 바란다. 원내 다수당임을 내세워 재계의 간곡한 호소를 외면한 채 2020년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기업규제 3법’으로 기업에 족쇄를 채우더니 작년엔 기업·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마저 제정했다. 이러니 전경련·중견기업연합회·벤처기업협회가 공동 실시한 ‘기업규제 강화에 대한 기업인 인식조사’ 결과 응답 기업 중 37.3%는 ‘국내 고용 축소’, 27.2%는 ‘국내 투자 축소 검토’, 21.8%는 ‘국내 사업장의 해외 이전’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가뜩이나 미증유의 복합 경제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는 판에 ‘글로벌 스탠더드’와 멀어져선 안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50%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있을 정도다. 야당과 노조는 고용 창출을 방기하고 국내외 투자까지 내쫓는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된다. 특히 노조는 생산성 제고에 앞장설 때다. 명분 없는 투쟁 일변도 태도는 노사 공멸로 가는 길임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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