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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한 단어가 여러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배운 낮의 대칭 ‘밤’과 과일 ‘밤’, 물 위에서 타는 ‘배’와 과일 ‘배’, 사람의 ‘배’도 마찬가지다. 학창시절 국어과목 구두시험에서 ‘사실(事實)적’과 ‘사실(寫實)적’이 출제된 일이 있다. 발음에 따라 정답이 틀릴 수 있는 문제였다.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에 숱하게 회자된 단어 중에 ‘사주(使嗾)’가 있었다. 사주는 남을 부추겨 좋지 않은 일을 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 부하인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을 시켜 자신과 아내를 괴롭히던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고발하게 했다는 일명 ‘고발 사주’가 불을 뿜었다.
한편에서는 후보 캠프들마다 자신들이 미는 후보에 대해 ‘사주(四柱)에 대통령이 들어 있다’며 제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사주는 동양의 ‘사주명리(四柱命理)’에 나오는 ‘사주팔자(四柱八字)’의 약칭이다. 문자 그대로 네 개의 기둥을 의미하는 사주는 태어난 연월일시 네 간지(干支)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점을 뜻한다.
청나라 명리학자 심효첨은 ‘자평진전(子平眞詮)’에서 사주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했다. ‘명(命)은 불신할 수 없는 것이어서 명을 아는 군자라면 마땅히 순리로써 그 바른 명을 받아들임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명을 알 수 있다면 꾀하고 다툼을 그칠 수 있고, 분수가 아닌 생각을 물리칠 수 있다. 사람이 명을 알 수 있다면 꾀하고 다툼을 그칠 수 있고 분수가 아닌 생각을 물리칠 수 있다. 무릇 일체의 부귀, 궁통(窮通), 장수·요절과의 조우를 모두 하늘의 뜻에 따라서 그대로 좇을 것이다. 각자 의로운 명에 편안히 거하면서 한 가지로 성현의 길에 힘쓸 것이니 어찌 사군자(士君子)의 두터운 행복이 아니겠는가.’
사주는 이 외에도 윷가락을 던져서 치는 점을 뜻하는 ‘사주(柶柱)’와 임금이 공훈을 세운 신하를 위로하기 위해 술을 내리던 ‘사주(賜酒)’, 바닷가 모래사장을 의미하는 ‘사주(沙洲·砂洲)’, 그리고 사막에서 모래가 회오리바람에 기둥처럼 되는 현상도 ‘사주(沙柱·砂柱)’라 하니 한글만으로는 어떤 사주인지 분별이 안 된다. 부부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서도 매회 마지막 멘트는 “사주(四週) 후에 뵙겠습니다”였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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