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들 히잡 강제 착용 반대 불꽃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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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미착용 여성 마흐사 아미니 경찰 조사 중 의문사
과거 여성 운동 뜻 이어가며 반정부 시위로 격화 확대돼

장은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1 17:04:43

▲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히잡법 반대 시위에서 한 여성이 히잡에 불을 붙인채 항의하고 있다. [사진=BBC 캡처]

9월19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이 5일 연속 여성 시위대들의 불꽃 시위로 뜨겁게 타올랐다. 최근 마흐사 아미니라는 22세의 한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끌려가 경찰서에 구금된 후 며칠 만에 의문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이란 여성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히잡 강제 착용법에 반대하고 나섰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생긴 이란 '히잡법'은 공공장소에서 모든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법률이다. 히잡법에 의하면 여성은 외출할 때에 머리카락이 제대로 보이지 않도록 히잡을 써서 가려야 하고, 팔과 다리도 노출되지 않도록 옷으로 잘 가려야 한다.

▲ 히잡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진=BBC 캡처]

지난주 마흐사 아미니는 이러한 히잡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도덕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다 구치소에서 쓰러진 후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입원 3일 만에 사망했다.

이에 시위대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폭력이 자행된 것으로 보고 명백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나다알 나시프 유엔인원고등판무관도 "경찰이 지휘봉으로 아미니의 머리를 때리고 경찰차에 그녀의 머리를 처박았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즉각 학대 행위는 없었으며 아미니가 급성심부전으로 고통스러워했다며 폭력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아미니 가족은 평소 아미니는 건강했고, 일체의 지병도 없이 건강했다고 주장했다.

무고한 시민의 의문사, 경찰 대응에 대한 불신, 여성을 억압해왔던 이란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에 대한 불만 등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이란의 수많은 여성들이 이번 시위에 가담하게 되었다.

시위 양상은 여성들의 히잡 불 태우기로 더욱 격화했고, 수도인 테헤란을 넘어 여타 도시와 마을로도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테헤란의 북부지역 사리(Sari)에서도 시위가 활발히 펼쳐졌으며 여성들이 저항의 의미로 히잡을 불태우자 많은 군중이 환호했다.

▲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복장 규정 위반으로 구금됐던 여성이 숨진 것에 항의하는 집회에서 여성들이 히잡을 벗어 불태우기도 했다. [BBC캡처]

2014년 이란 여성들 사이에선 '나의 은밀한 자유(My Stealthy Freedom)'라는 온라인 시위 캠페인이 성행한바 있다. 주로 히잡법에 반하는 행위를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적으로 올린 것인데 이 여성운동은 이후 '하얀 수요일(White Wednesdays)' '혁명 거리의 소녀들(Girls of Revolution Street)' 등 강제 히잡 착용 반대 운동에 영감을 주었다.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Hengaw) 발표에 의하면 쿠르디스탄주(州)의 주도 사케즈(Saqez)와 사난다즈(Sanandaj)에서도 최근 관련 시위가 열렸다. 17, 18일 양일간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실탄, 고무탄, 최루탄을 발포해 부상한 자는 38명이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19일에는 보안군과 충돌한 남성 3명이 총상으로 사망했다.

온라인에서는 여성들이 히잡을 벗어던지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등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치는 영상들이 속속 올라왔다. 이 외에도 “정의, 자유, 히잡 의무화 반대!”를 외치며 여성 운동을 넘어 그 동안 여성에게 억압정책을 펼쳐온 이란 정부를 향해서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이스파한(Isfahan)의 한 시위 현장에서는 남성들이 여성 시위자들의 안전을 위해 주변을 둘러싸며 보호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여성에게 극도로 보수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이란 사회지만 일부 남성들은 여성해방운동을 지지하며 연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반해 모흐센 만수리 테헤란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시위는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철저히 계획된 시위"라고 비난했다. 국영TV는 쿠르드 분리주의자와 반기득권 세력이 아미니의 죽음을 단지 시위 ‘구실’로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억압과 폭력으로부터 탈피하고 자유와 해방을 갈망하는 여성운동이 이란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금번 테헤란에 쏘아 올려진 히잡 반대 운동이 전 세계 이슬람권 국가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연대로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은영 기자 e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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