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여자 <62회> 나소선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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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사랑하는 남자를 네가 선택해서 결혼하면 좋겠어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26 09:33:07

“그렇게 내려가고 몇 달 지나서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더라구요. 명환 씨가 소선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내 눈으로 봤기 때문에 두 사람 결혼은 당연한 거였지만 결혼한다니 흥분이 되더라구요.”

바로 얼마 전의 일이라도 되듯 소선과 명환의 결혼을 이야기에 정숙은 열을 올렸다.

“프랑스 유학까지 갔다 온 천재화가 소선이랑 병원재단 이사장 아들인 의사가 결혼한다니까 세상이 막 떠들썩했어요. 신문에도 나고 뉴스에도 잠시 나왔거든요. 내가 얼마나 기쁘던지.”

소선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라지만 실제는 피를 나눈 형제 이상의 존재였다. 할머니조차 세상을 떠난 상황이라 정숙에게 소선은 자신의 전부와 같았다.

화려한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 잘 다녀왔다는 소식을 듣고도 한참 후 소선이 조금 안정을 찾았을 때쯤 정숙은 자신의 집에 있던 그림들을 소선에게 보내주려고 전화를 했다.

“거기 그냥 두면 안 될까? 너의 집은 내 고향과 같은 곳이야. 그림이라도 거기 두고 싶어.”

“여기 이 집은 누가 뭐래도 네 집이지. 그러니까 다 네 맘대로지만 귀한 그림을 혹시 여기 뒀다가 뭐라도 잘못될까 봐 걱정돼서 서울로 가져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지.”

“그냥 둬 줘. 내가 다음에 내려가면 그림 보관할 만한 공간을 만들어 볼 게.”

정숙은 그림과 도구들을 모아서 소선이 쓰던 2층의 방 한곳에 잘 정리해 두었다.

두어 달쯤 지났을까? 소선이 연락도 없이 정숙의 집으로 내려왔다. 그날은 소개받은 지 얼마 안 되는 거래처 남자와 데이트가 있던 날이었다. 별로 마음에 들진 않지만 자꾸만 연락을 하는 바람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늦은 저녁 집으로 왔을 때 소선은 부엌에서 저녁상을 차리고 있었다.

“가게로 전화하지 그랬어!”“오늘은 내가 차린 밥 너 먹이고 싶었어.”

환하게 웃는 소선의 웃음에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데이트가 후회되었다.

소선은 다음날부터 집수리할 사람들을 불렀다. 지하실 공간을 크게 넓히고, 조명을 설치하고 환기구를 만드는 공사가 바로 시작되었다.

“정숙아. 나는, 네가 정말 사랑하는 남자를 네가 선택해서 결혼하면 좋겠어. 그래서 이 집에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

돌아가는 차를 타러 나가며 소선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내가 누굴 선택하고 말고 선택권이 있어? 나는 뭐 부모도 가족도 없는데….”

부모 이야기가 나오자 소선이 정숙의 손을 꼭 잡았다.

“옆에 살아계시지 않다고 부모가 원래 없던 건 아니잖아. 우리가 세상으로 와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부모님이 사랑을 통해서 우리를 이곳으로 초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네가 정말 사랑한다는 확신이 서는 사람을 선택해. 상대의 마음에 네가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숙아.”

남자를 내친 건 소선의 이 말 때문이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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