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
“감사해요, 선생님.”
선우는 진욱의 차로 김정숙의 집을 향해 가면서 연신 진욱에게 감사하단 인사를 했다.
소선의 친구 김정숙을 찾아내고, 소선의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냈으니 선우로선 꿈만 같았다.
소선의 그림이 불법 경매장에 나온다는 걸 알았지만 그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그림을 인도받지 않는 이상 선우가 무언가를 판단하거나 결정할 입장은 아니었다. 더구나 소선도 명환도 세상을 떠난 상황이라 직접 관리하지 못하는 그림들이 얼마나 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너를 직접 데려오면 그림 있는 곳을 열어 주시겠대.”
진욱이 미술관을 찾아와 그간의 상황을 이야기할 때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드디어 만날 날을 정하고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씩 실감이 났다. 그 집에 소선의 그림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선생님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선생님.”
진심이었다. 진욱 아니었다면 반쪽짜리 미술관을 개관하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참 쉽구나…?”
진욱이 운전을 하며 말했다. 무슨 말인가 싶어 진욱의 표정을 살폈지만 아무 표정이 없었다. 어떻게 들어보니 자신을 놀리는 것 같기도 했다. 선우가 진욱을 빤히 쳐다보았다.
“꼬박꼬박 존댓말에 선생님, 선생님. 아주 술술 쉽게 막 나오네…?”
농담처럼 말하는데 농담처럼 들리진 않았다. 진욱의 얼굴에 웃음기가 없었다.
“선생님 맞잖아요….”
선우도 민망해 앞 유리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처음 고등학교 때만 잠시 선생님이었지, 대학 들어가선 바로 진욱 씨라고 한 거 같은데…? 거기다 반말이었잖아 대부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말이 지금 왜 필요한 건가 싶었다.
“그땐 어려서…. 세월이 많이 흘렀잖아요. 상황도 달라졌고. 저도 나이가 얼만데요….”
세월이 지났다지만 예전의 오랜 습관이 없어졌을 리 없었다. 하지만 지금 선우와 진욱이 전처럼 그런 식으로 부를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 그럼 다시 선생님으로 된 거야, 내가?”
“아니면…, 의원님…이라고 불러드려요?”
의원님이라는 말에 진욱이 큰 소리로 웃었다.
“그래? 의원님 할까? 나도 그럼 대표님이라고 하면 되겠네. 소선미술관 대표님!”
진우가 다시 큰소리도 웃으며 선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선생님이 학생 대하듯 놀리는 듯한 느낌이 든 데다 조금 민망하기도 해서 선우는 차창 밖의 풍경으로 눈을 가져갔다.
“거봐 삐졌네, 삐졌어.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서 달라졌다더니 아닌가 보네?”
진욱의 말에 선우도 함께 웃었다.
“저, 그런데, 그 사람이요. 엄마가 결혼 전에 만났다던 그 사람, 엄마 친구도 아는 분이겠죠?”
선우의 궁금증이야 당연할 테지만 진욱으로선 정숙이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15
좋아요9
감동이에요2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