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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들이 도착해 그림을 포장하고 특수화물차에 그림을 옮겨 싣는 동안 정숙은 환석의 이야기를 꺼냈다.
“네 엄마 그렇게 되고 한참 후에 나 혼자 낳은 아이야. 살아생전 네 엄마가 해 준 말이 아니었으면 나는 엇길을 갔을지도 몰라. 어려서 부모 없이 할머니랑 살던 나를 두고 엄마가 그랬거든. 우리는 부모님 사랑으로 이 세상에 초대받아 온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아무렇게나 살아선 안 된다고.”
정숙은 소선 덕분에 한 사람으로서, 또 한 여자로서 당당하게 인생을 살아올 수 있었다고 했다.
“만일 다른 길을 갔더라면 내 인생이 어땠을지 끔찍해. 다음에 혹시 만나게 된다면 내 얘기도 해 줄 게.”
인상은 시골의 뭇 아주머니처럼만 보였지만 정숙은 신중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 같았다.
그림을 실은 차가 먼저 떠나고 선우와 진욱이 대문을 나설 때 정숙이 다가오더니 선우를 와락 끌어안았다.
“보내려고 하니 마음이 아프네. 꼭 내 딸 같아.”
정숙은 선우를 처음 만났지만 이상한 끈끈한 감정이 느껴졌던 모양이다.
“나는 엄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저 분한테서 엄마가 느껴졌어요. 자꾸 마음이 아파요.”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던 진욱이 선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우린 누구나 함께하는 시간 동안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게 되잖아. 그 시절 어머니 생각과 마음이 저분 내면에 고여 있다 너한테로 전달된 걸 수도 있지.”
아마도 한참 선우를 다독이던 진욱이 손을 거두어 다시 운전대를 잡으려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잠깐, 잠깐만!”
소리와 함께 정숙이 대문을 뛰쳐나오는 게 보였다.
“다른 게 있어. 내가 잊고 있었는데 내가 꼭 줘야할 게 있어. 그런데 그게 없어졌어.”
이미 어두워진 시간이지만 다른 뭔가 줄 게 있었다는 정숙의 말 때문에 두 사람은 다시 정숙의 집으로 들어갔다.
“아까부터 내가 저걸 보고는 어디서 봤더라 한참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생각이 났어. 이거랑 똑같이 생긴 커다란 인형.”
정숙은 선우의 핸드백에 매달린 마트료시카 인형 모양을 한 키링을 가리켰다.
“이거요? 이거 엄마 작품이에요. 제가 겉면에 유약처리를 해서 지니고 다니는 거예요. 이거랑 똑같은 게 있었어요?”
“있었던 게 아니고 소포로 왔어. 네 엄마가 죽고 나서 며칠 후에.”
정숙은 소선의 사망 소식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고 했다. 교통사고라고 했다. 너무 놀라서 소선의 장례식도 가지 못하고 망연자실하고 있던 정숙에게 우체부가 소포를 가지고 왔다고 했다.
“죽은 사람이 무슨 소포를 보내나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죽기 바로 전에 보낸 거였나 봐.”
거기에 마트료시카 인형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키링보다는 아주 큰 인형이라고 했다. 마트료시카 인형 속에는 원래 작은 인형들이 많이 들어가게 되어있었다.
“그런데 그게 어디 갔는지 없어졌어.”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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