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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안전자산에 몰리는 뭉칫돈
금리인상기 예·적금 각광… 안전자산 선호 ‘역머니무브’ 가속
5대 은행 예·적금 786조원… 전달보다 17조원 증가
국내 증시, 코스피 지수 2300선 붕괴 등 불확실성 ↑
은행과 2금융권, 속속 수신금리 올려 자금조달 경쟁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6 14:48:19
▲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발권국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자금 방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스카이데일리
 
본격적인 금리인상기를 맞아 투자자들이 예·적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또는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가 유행할 정도로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위험 자산에 몰렸던 시중자금이 예·적금 같은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는 ‘역머니무브(逆 money move)’ 현상이다. 주식 시장마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확정적으로 이자를 주는 은행 저축성 상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0.1%라도 더… 예·적금으로 ‘역머니무브’
 
26일 금융권과 각사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적금 잔액은 22일 기준 총 785조92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768조5434억원에서 이달 들어서만 17조3834억원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동안 정기예금은 729조8206억원에서 746조6592억원으로 16조8386억원 불어났다. 정기적금도 38조7228억원에서 39조2676억원으로 5448억원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 예·적금은 지난 8월에도 18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정기예금이 17조3714억원, 정기적금이 6060억원 늘어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의 월급날이 몰린 25일 이후 월말까지 한층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에 풀린 돈 역시 4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이 수신 금리를 올려 정기 예·적금으로 돈이 이동하면서 지난 7월 통화량이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기준금리가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안전자산인 예·적금에 넣어두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7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7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719조5000억원으로 6월 대비 10조4000억원(0.3%)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0% 증가했으나 지난 6월(8.8%)과 비교하면 증가세는 소폭 둔화했다
 
금융상품별로 보면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이 전달 대비 약 21조6000억원, 금융채가 2조5000억원 늘었다. 반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약 9조3000억원, 요구불예금은 5조원 감소했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팀장은 “금리 상승과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을 빼내 정기예적금으로 옮겨간 영향이 크다”며 “7월 빅스텝을 단행하는 등 금리 인상이 가속화 되면서 투자를 위해 잠시 넣어 뒀던 대기성 자금 성격이 강한 요구불예금 등 단기성 자금이 크게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경제주체별로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10조1000억원 가량 늘었고 기업(3조4000억원)은 정기 예·적금과 외화예금 위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반면 기타금융기관(6조2000억원 감소)은 머니마켓펀드(MMF), 금전신탁 등이 일시 환매된 영향으로 감소했다.
 
7월 협의통화(M1) 평균잔액은 1362조3000억원으로, 한달 전 대비 1%(약 13조3000억원) 줄었다. M1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M1은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을 포함하며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수익률을 좇아 움직이기 쉬운 자금을 의미한다.
 
광의통화(M2)는 M1에 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M2 평잔은 지난해 1월(10.1%)부터 15개월 동안 두 자릿수 증가한 후 올 4월부터 4개월째 한 자릿수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스카이데일리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팀장은 “금리 인상 추세가 지속되면서 가계는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M2가 증가했고, 기업도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달러를 보유하면서 외화예금을 중심으로 늘었지만 기타금융기관은 ‘빅스텝’ 우려에 MMF 등을 일시적으로 환매하면서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정 팀장은 이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예·적금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분간 위험자산에서 빼내 예금으로 돌리는 등 ‘역머니무브’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81% 내린 2290.00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2.93% 떨어진 729.36에 마감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940억원어치, 기관은 2509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개인만 홀로 43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205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로 유입되는 시중 통화 감소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또한 이자비용이 상승하는 금융환경에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긴축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기에 주식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개인 투자자 자금도 대폭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1일 기준 50조779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이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긴축 여파가 이어지면서 주식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더 깎이고 기업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며 “증시가 전 저점을 뚫고 내려갈 경우 투자심리가 더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기조를 고려하면 코스피 최저점은 2050선까지 밀려날 수 있다”며 “전략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코스피 지수가 2300선 밑으로 하락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31p(1.81%) 내린 2290.00에,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05p(2.93%) 하락한 729.36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원 내린 1409.3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는 올해 안에 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연말까지 남은 두 차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속해서 올리면 현재 2.5%인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줄줄이 수신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별 주요 상품을 보면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이하 12개월 기준)은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3.99%의 이자를 준다. 시장금리 연동상품인 WON플러스 예금은 일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게 특징이다.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은 3.80% 금리로 뒤를 이었다.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은 3.56%였고 NH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 II’는 3.50%였다.
 
적금 상품의 경우 신한은행 ‘신한 쏠만해 적금’은 5.50%의 금리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 ‘KB마이핏적금’은 4.40%, NH농협은행 ‘e-금리우대적금’은 3.92%, 우리은행 ‘우리SUPER주거래적금’은 3.85% 수준이다.
 
2금융권도 자금 조달을 위해 경쟁적으로 고금리 파킹통장 상품을 내놓으며 금융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파킹통장이란 주차장에 차를 넣고 빼듯 자유롭게 돈을 운용하면서도 쏠쏠한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수시입출금 통장을 말한다. 하루만 넣어놔도 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금리 인상기에 여윳돈을 잠시 맡길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21일 OK저축은행은 주요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6%p 인상했다. 파킹통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OK비대면보통예금 등이 대상이다. 입출금자유예금 상품인 ‘OK비대면보통예금’의 금리는 기존 연 2.7%에서 연 3.3%로 상승했다. 이 상품은 1억원까지 아무 조건 없이 연 3.3% 금리를 제공한다.
 
SBI저축은행도 같은 날 모바일 앱 ‘사이다뱅크’에서 판매하는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1%p 인상했다. 파킹통장으로 쓸 수 있는 보통예금 상품 입출금통장의 금리는 기존 연 2.2%에서 연 3.2%로 뛰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은 개별 저축은행 중에선 유일하게 기업신용등급 A를 유지하고 있어 신뢰할 수 있는 금융회사”라며 “금융소비자가 안심하고 높은 금리와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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