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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난야(非寺蘭若). 절 아닌 절이란 뜻이다. 광복 직후 남로당원으로 활동하다 6·25 전쟁 때 처형된 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그는 일찍이 세상적 삶을 포기하고 불문(佛門)을 택했다. 좌익 가족 연좌제로 공부도 출세도 할 수 없는 호리병에 갇힌 신세였다.
그의 출세작 장편소설 ‘만다라’ 앞부분에서 보여 준 ‘병 속의 새’는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였다. 입구가 좁은 호리병보다 대가리가 큰 새가 병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없다. 하지만 승려가 되려면 그 화두를 풀어야 했다. 과연 병을 깨지 않고 새는 무사히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25일 타개한 소설가 김성동 이야기다. 충청도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불행한 가족사를 뒤로하고 1965년 출가해 10년가량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은 욕구로 도전한 ‘목탁조’가 공모에 당선되면서 덜컥 소설가가 됐다. 행운과 불행은 함께 온다는 속설처럼 작가 데뷔 소설이 불교계를 폄하했다는 이유로 승적을 박탈당한다.
그래서 그가 지은 처소 이름이 ‘비사난야’다.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깊은 산속에 새처럼 둥지를 틀었다. 기자가 찾아간 2003년 12월, 그는 다락 속에 깊숙이 간직했던 아버지의 사진과 붓·벼루·퉁소 등 유품을 꺼냈다. “내 인생은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인생은 승부인데 이미 승패가 결론 난 상황에서 움직였으니 참 재미없는 인생살이지요.”
“프로 바둑기사가 되려다가 실패해서 중이 되었고, 끝내는 중도 되지 못해 소설가가 되고 말았습니다.” “불교를 믿는 나라 치고 타 민족을 침략한 예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태국·미얀마·라오스·우리나라 등 불교 국가는 모두 피침국들입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지요. 깨달으면 누구나 다 부처가 되지요.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정직’하냐가 중요합니다. 율곡의 ‘신독(愼獨)’의 경지와 맞닿지요.”
20년 된 대화지만 여전히 생생하다. 좋아하던 바둑도,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한 종교 입문도 실패한 그가 안식처로 선택한 것이 글쓰기였다. “숨을 쉬는 동안 읽고 쓰고 또 읽고 쓸 것”이라던 그의 마지막 음성이 귓가에 선하다. 새로 환생한 그가 호리병을 탈출한 것은 일체유심조, 즉 ‘마음먹기’에 답이 있다. 안을 밖이라 하고 밖을 안이라 생각한 순간 그는 호리병을 탈출했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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