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열흘 뒤 취임 100일 맞는 임태희 경기교육감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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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육 실패 따른 반사이익 아닌, 미래사회 큰 아젠다 담는 교육철학을

강재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8 07:42:16

이제 약 열흘 뒤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임 교육감이 6‧1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얻은 득표율은 54.79%였다. 상대 후보에 약 10% 격차를 벌리며 압승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가운데 다섯번째로 높은 득표율이다.

이처럼 도내 첫 보수성향 민선교육감으로 화려하게 입성한 배경에는 ‘안정’을 바라는 학부모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내세운 원칙 곧, 자율 균형 미래가 통했다. 하지만 더 솔직히는, 지난 13년간 전교조 중심의 경기 교육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을 좀 봤다.

이를 의식한 듯, 임 교육감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선언한 것은 ‘교육 정상화’였고, 그 윤곽은 자신의 인수위 백서에서 드러나듯 130개 공약으로도 구체화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혁신’이 빠지고 ‘미래’가 담겼다는 점이다.

진보쪽에서 입만 열면 뇌이던 게 ‘혁신교육’ ‘고교 평준화’ ‘9시 등교제’ ‘학생 인권’ 등이었다. 이것을 임 교육감은 과감하게 전환했다. 그가 제시하는 키워드는 대신에 이런 것들이다. ‘기초학력’ ‘돌봄’ ‘IB교육’ ‘과밀학급’ 이런 것들이다. 보다 미래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런 점을 담아 8월 첫 조직개편과 인선으로 보여줬다. 그리고는 교육 현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기초학력 저하 사태는 비단 경기 교육만의 문제는 아니다. 좀 시간이 지난 데이터이긴 하지만, 우리 교육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사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된 것을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는 특히 대도시나 농촌지역에서 수학 과목을 제외하고는 별 유의미한 차이점을 볼 수 없을 만큼 공히 겪는 현상으로 보여진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답은 학령인구 감소, 더 쉽게는 인구감소에서 찾아야 할 것같다.

인구절벽은 교육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교육계의 대지진이 예고되는 것은 아닐까. 과거, 더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은 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고, 더 좋은 대학을 진학하는 것은 더 좋은 직장을 얻고 성공을 보장하는 지름길이었다. 70, 80년대 곧, 베이비부머시대 자녀들이 학령기를 맞은 때 그랬다. 그 즈음엔 ‘치맛바람’‘강남8학군’‘천정부지 사교육비’‘고액과외’ 등등 이런 단어가 일상이었던 때다.

하지만 지금은 생존이 더 중요하다. 전국 225개 지자체 절반 가량이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고, 이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불과 50년 뒤 경기도(1390만명) 만한 인구가 사라지고 없는 상태가 된다니 말이다.

이쯤되면 경쟁이 희박해지므로 다른 학생들과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뭐하러 힘들게 공부하냐”는 소리를 들을 법하다. 그 사회가 되면 기초학력 추락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임태희 교육감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이런 큰 아젠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더 효과적이고 건강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당장에 임 교육감의 임기 4년내에 기초학력 붕괴사태가 오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들 학령기 아이들이 미래 사회 구성원들이 되었을 때, 더 심각하게 맞닥뜨릴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그리고 도시소멸’ 사회에서 건강한 미래세대를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 하는 교육철학을 요구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진정한 고뇌는 여기에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

강재규 기자 jk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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