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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기재부 예산심의가 예정돼 있다, 오늘은 한 시간 정도 (출근시간이) 늦었다 하는데, 20년의 기다림의 무게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우리는 지하철 출근길에서 다시 이야기할 것이다. 투쟁하자. 투쟁!”
28일 오전 10시, 이날 9일만에 재개된 이른바 ‘전장연 출근길 시위’로 예정보다 한 시간 쯤 늦게 도착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는 철창에 갇혀 수갑을 찬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와 시위대가 이 같은 구호를 외치며 경찰들에 둘러싸여 시위를 하고 있다.
전장연 시위는 국회에서 내년 예산을 논의할 때 ‘사회적 약자지원 4대 핵심과제에 장애인권리예산을 증액해 정기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통과해야 한다는 것’으로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라는 기조하에 진행됐다.
이날 시위는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서 “전장연 시위는 불법”이라고 언급해 이목을 모은지 하루 만에 진행됐다.
취재진은 이날 오전 8시15분께 서울 5호선 천호역에서 상행선을 탑승하고 여의도역을 향했다. 예상시간은 40여분으로 9호선 국회의사당역을 경유하더라도, 50분~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러시아워 시간답게 지하철 안에는 승객이 빼곡했다. 이날따라 전철 문은 5분여간 닫히지를 않았는데, 주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어 울리는 지하철 기관사의 안내방송. 그는 “우리 열차는 장애인 시위로 지연 운행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반복했다.
출입문은 겨우 닫혔지만 지하철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평상시 16분쯤 걸렸을 8정거장 거리인 행당역까지 40여분이 소요됐다. 시계는 8시55분을 향해가고 있었고 지연 안내방송은 계속됐다.
이미 인터넷 상에는 ‘전장연 시위’ 검색 키워드에 뜨는 수십 개의 ‘전장연,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재개한다는 기사가 검색됐다. 서울교통공사도 “28일 오전 7시30분부터 지하철 5호선, 9호선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삭발식 및 ‘지하철 타기 선전전’이 예정되어 있다”는 공지글을 띄웠다.
각 기사마다 댓글에는 시민의 출근길을 볼모로 삼은 장애인단체에 대한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정말 민폐이고, 불법시위나 다름없다” “법 발의를 원하면 민주당사 앞에 가서 하라” “왜 선량한 시민에게 피해를 주나”라고 비난하는 심경을 쏟아냈고 일부시민은 ‘추천’을 눌러 해당 댓글에 공감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전장연은 이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오전7시30분부터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7시57분쯤 여의도역 방향 지하철에 탑승하며 집회를 시작했다.
이동권이 없는 장애인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보여주겠다며 스스로 철장에 들어간 모습을 연출해 시선을 모았다.
휠체어를 탄 전장연 회원 10여명은 역에 정차할 때마다 다음 전동칸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에는 휠체어 10대와 경찰추산 단체관계자 5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광화문역에서 여의도역까지 향하는 역마다 휠체어로 내렸다가 타는 방식의 시위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따라오던 상행열차들이 줄줄이 연착될 수밖에 없었다.
예상대로라면 9시쯤 도착했어야 할 여의도역. 9시쯤 시계를 보니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0분을 더 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열차는 9시10분쯤 즉 종로3가역에서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오전 7시30분부터 9시 사이. 출퇴근으로 가장 혼잡한 시간을 전장연은 정확하게 공략한 것으로 보였다.
기자가 탄 열차에서는 탑승 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지자 지하철 내부에서는 짜증 섞인 고성이 틈틈이 들렸다. 2호선과 분당선 그리고 경의중앙선이 경유하는 왕십리역에서는 탑승객이 대거 내리는 모습이 비쳤다.
일부 시민은 발을 동동 구르며 경유선이 있는 역에서 하차했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15분. 1시간 걸릴 출근길이 정확히 2시간 걸렸다.
이날 전장연 시위로 아침회의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 A씨는 “매일 아침마다 불안해서 출근할 수가 없다. 경기도 안 좋아서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에 전장연은 왜 서민을 타겟으로 시위를 이어나가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또다른 시민 B씨는 “장애인 단체에 없던 혐오가 생기고 있다”며 “국민 세금 지원으로 운영되는 장애인 단체에 들어가는 모든 세금을 삭감했으면 좋겠다”고 분노했다.
앞서도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출근길 선전전’이라 불리는 평일 출근 시위를 지속해 왔다. 매달 1, 2, 3, 4, 5, 9호선에서 주로 이어진 시위는 기습적·상습적으로 열차를 반복적으로 타고내리는 방법 혹은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바퀴를 넣었다 빼거나 개폐를 방해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시위마다 짧게는 30여분에서 많게는 1시간 이상 지하철 운행이 지연됐고 시민 불편도 가중됐다. 부정여론이 극심해지자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와 격한 설전을 벌이며 대치국면을 이어졌으며, 전장연측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도 “장애인들의 권리 예산을 보장해달라”며 행진시위 및 횡단보도 점거농성을 벌였다.
한편으로 전장연은 이날 오후 2시에도 ‘지하철 선전전’을 펼치고 하루 두 차례 지하철 농성을 이어갔다. 또한, 여의도에서 결의대회·행진을 진행했으며, 3시부터는 여의도 농성장에서 장애인권리예산·권리입법 쟁취 전국집중 투쟁결의를 개최했으며 5시부터는 여의도 농성장에서 각 정당 당사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윤 정부가 요구사항을 들어줄 때 까지 시위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향후에도 출근길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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