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인륜적 핵무력 협박 앞에 ‘우리 민족끼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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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5년 만에 일본 넘어 괌 향해 미사일 발사
핵·ICBM 전략 도발 신호탄… 안보 위기 고조
이제는 北 무모함 꺾을 확장억제력 보여줄 때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06 00:02:02

북한이 과거보다 고도화 된 핵·미사일 무기로 또다시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흔들고 있다. 4일에는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태평양에 떨어졌다. 비행거리는 4500여㎞로 미국 괌까지 사정권에 넣었다.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가장 멀리 날아갔다.

지난 열흘 사이 다섯 번째인 이번 중거리미사일 도발은 일본과 미국까지 위협한 무력시위라는 점에서 이제 한반도를 넘어 본격적인 전략 도발에 나서겠다는 북한의 협박 신호다. 북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대응은 총체적 실패로 끝났고, 이제 한반도 정세는 과거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진입했음을 뜻한다.

연초 1~2주에 한 번 꼴로 도발하던 북한은 한동안 잠잠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라는 면도 있었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20차 당대회를 앞둔 중국이 도발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은 최근 열흘간 5차례에 걸쳐 8발을 집중 발사했다. 이틀에 1회 꼴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21차례,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보면 9번째다. 4일 발사한 화성-12형은 고도 970km로 4500km를 날아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 해상까지 도달했다. 유사 시 미 증원 전력의 발진 기지인 괌을 타격하려는 용도로 보인다.

북한은 도발 빈도와 수위를 동시에 끌어올려야할 내부 사정도 있다. 북이 ‘민족 최대 명절’인 김일성·김정일 생일과 함께 중시하는 노동당 창당 기념일(10월10일)이 코앞이다. 주민에게 내세울 경제성과가 전무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권위를 지키려면 군사적 성과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수위를 올린 주요 이유는 지금이 적기이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를 볼 때 북이 핵실험을 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제재에 반대해 줄 가능성이 있다. 유엔 차원에서는 북을 압박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7차 핵실험 단행으로 도발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5년 전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몰아넣은 ‘화염과 분노’의 극한 대결 국면을 재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지 않는 인도·파키스탄 같은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면 북·미 대화를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속셈도 깔려 있다. ‘핵보유국으로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시위다.

북한 핵은 이제 누가 봐도 통제 불능이다. 그리고 북한의 결기에 비해 우리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미사일을 소총으로 막는 격이다. 1993년 이래 세 차례의 핵위기를 겪으면서도 민족 정서에 기댔던 게 역사적 오판이었다. 싱가포르·하노이·판문점 회담 모두 김정은의 시간벌기 연극이었고, 미국과 한국은 약간의 ‘정상적 사고’와 ‘민족정서’에 기대를 걸었던 순진한 관객이었을 뿐이다. 통일지상주의와 친북을 고수하는 586세대 주사파 정치인들은 부정하겠지만 ‘우리 민족끼리’는 헛소리가 됐다.

이제는 반인륜적 핵무력 앞에 민족은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민족주의 환상을 걷어내야 한다. 우리도 이제는 ‘핵무장으로 가야 하는지’라는 아찔한 시나리오까지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 다행히 지난 5년과 달리 한·미·일 3국이 북한의 도발에 긴밀히 협력하는 분위기는 마련됐다.

그러니 부디 외교·안보 당국의 집중력과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국론이 분열되면 북한의 도발은 막을 수 없다. 한목소리로 일관되게 대응할 때만 북한은 위협이 아닌 협상의 길로 나올 가능성이 생긴다. 평화를 지키는 건 ‘평화 호소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힘으로 균형을 이루는 길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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