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와인을 깨우는 디캔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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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의 와인이야기

잠자는 와인을 깨우는 디캔팅

와인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디캔팅을 해줘야
와인의 맛이 순화돼 부드러운 맛으로 깨어난다
와인 특성 파악에 적절한 디캔팅하는 것이 중요

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0-06 18:30:51

와인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디캔팅을 해줘야 한다.

와인의 맛과 향을 최상의 상태로 즐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와인의 보관온도다. 레드와인은 12도~18도, 화이트와인은 10도~14도 정도의 범위내로 와인을 보관하지 못하고 너무 더운곳에 오랜기간 보관하거나 또는 온도변화가 심한 곳, 햇빛이 드는 곳에 보관하면 너무 빠르게 숙성이 되어 식초가 되거나 알콜 농도의 변화가 생겨 맛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잘 보관된 와인이라면 오픈해서 마시는 방법 또한 중요하다. 와인 초보자들이 와인의 제맛을 느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빠르게 마시기 때문이다. 와인은 장기 보관을 위해 코르크나 스크류캡을 사용해 공기의 차단을 최소화한다. 산화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기 때문에 와인의 맛을 깨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기와 접촉을 해주어야 제맛이 살아난다. 이것을 와인의 잠을 깨운다고 표현한다. 이렇듯 와인을 오픈해 공기를 접촉시켜 와인의 제맛을 살리는 것을 디캔팅(Decanting)이라고 한다.

▲ 와인에어레이터를 사용하면 공기접촉을 통해 강제로 디캔팅을 할 수 있다. [사진=필자 제공]

디캔팅을 하는 이유는 와인의 맛과 향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공기를 접촉시키는 것이다. 디캔팅을 하는 과정 중에 와인이 공기와 접촉하게 되는데, 이때 와인의 맛이 순화되어 부드러운 맛으로 깨어나게 된다.

디캔팅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쉽고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마시기 1시간 전에 와인을 오픈해서 자연스럽게 공기와 접촉을 시키는 방법이다. 고기를 냉장고에 옮겨 자연해동 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방법이다.

시간이 없이 바로 마셔야 할 경우에는 디캔터를 사용한다. 디캔터는 와인을 담는 병으로 이곳에 따랐다가 다시 병에 따랐다가 하면서 공기 접촉을 강제로 하게 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숙성된 레드와인을 개봉해 마시다 보면 와인병 바닥에 침전물이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와인 침전물을 제거하고 맑은 와인을 얻기 위해 와인에 있는 침전물을 가라앉히고 깨끗한 와인을 얻는 작업도 디캔팅이라고 한다.

세 번째 방법은 와인 에어레이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기구는 병 입구에 끼워서 와인을 따를 때 강제적으로 공기를 접촉하게 만든 도구로 꽤나 유용한 도구이다. 에어레이터를 사용하면 와인을 따른 후 와인이 병 아래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좋다.

필자는 와인을 마시기 1시간 전에 코르크를 오픈하고 와인 에어레이터를 사용해서 와인을 따라 마신다. 종종 2시간 정도 지나야 제대로 와인이 열리는 단단한 와인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와인을 다 디캔팅 할 필요는 없다. 화이트 와인이나 저가의 레드와인은 디캔팅 대신 와인을 잔에 따른 후 와인을 빙빙 돌리는 스월링(Swirling) 만으로도 디캔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숙성이 얼마 안 된 와인이라 할지라도 마시기 10분~30분전에 미리 코르크(캡)를 열어두는 것이 좋다. 발효 과정에서 생겨났던 유황과 같은 잡냄새를 없애고, 포도의 향을 높여 주며, 탄닌으로 인해 단단해진 와인을 부드럽게 만들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숙성기간이 짧은 데일리와인이나 오랜 기간 잘 숙성된 와인이든 와인의 맛과 향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서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숙성기간이 짧은 와인은 개봉 후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점점 약해지기 때문에 빠르게 마시는 것이 좋고, 남겼다가 다음날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오랜 기간 숙성한 묵직한 레드와인은 개봉 후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좋아지기 때문에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것이 좋다.

잘 숙성된 좋은 레드와인은 매분 공기와의 접촉을 통해 맛과 향이 변화한다. 마시는 매순간마다 와인의 향기와 혀에서 느껴지는 맛의 변화를 느끼며 마시는 것도 와인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묵직한 바디 감과 탄닌이 주는 적절히 거칠고 단단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디캔팅을 하기 보다는 스월링을 통해 공기를 조금씩 접하게 하면서 천천히 즐기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다. 디캔팅을 통해 공기 접촉을 오래 하다 보면 바디감이 떨어지고 너무 부드럽고 유연한 와인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적절한 디캔팅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와인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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