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각자도생, 생존을 위한 국가 간 정책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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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정책 믹스’에 성공하는 국가가 위기 극복 선봉에
정쟁에서 벗어나 회생의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0-10 12:40:57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 현재 글로벌 경제가 곤두박질을 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인과응보다. 코로나 기간 중 경제의 추락을 막으려고 엄청난 돈으로 막았던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 다만 국가에 따라 저지른 대가를 되로 받기도 하고, 말로 받는 경우가 있다. 세계 모든 국가가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현상이지만 미국과 같은 기축 통화국과 그렇지 못한 나라들이 처하고 있는 환경이 사뭇 다르다. 미국은 금리 인상을 통해 ‘킹달러’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 안정에 총력을 경주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환율 급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원인으로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을 비롯하여 독일, 일본 등의 고전 양상이 뚜렷하다.

말로 받는 대표적인 나라 중의 하나가 영국이다. 두 차례에 걸친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를 선택했다. 포퓰리즘에 중독된 선동적 정치권에 진영 논리가 합세하면서 이를 통과시켰다. 지역 간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면서 영국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선택이라고 내세웠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20년 1월 EU 탈퇴 시점과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대외 교역량 급감과 경제 성장 후퇴로 타격이 배가되었다. 영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철수 러시를 이루면서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드는 역작용이 속출하기도 했다. 최근 취임한 트러스 총리가 에너지 위기에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서 전격 시행한 대규모 감세 정책을 열흘 만에 폐기하면서 벌써 레임덕에 빠져들고 있다. 브렉시트의 후폭풍에다 섣부른 정책 대응이 화를 키웠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 사례의 국가다. 지난 5년간 진보 정권이 갖은 포퓰리즘으로 글로벌 트렌드와 거꾸로 가는 정책을 남발했다. 소득주도 성장에다 정부 주도 공공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한국판 뉴딜 등 현금성 지원 사업 확대와 지역화폐 남발 등으로 국가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태양광이나 풍력 비리가 속속 터져 나온다. 정권 출범 시 국가 채무가 660조의 재정이 1068조로 급격히 늘어났다. 부동산 정책도 이와 유사하다. 시중에 돈이 풀려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집값이 상승한 것은 세계적 현상임에도 무리하게 자충수를 연발했다. 최근 인플레와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대폭 하락하면서 영끌족들의 고충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기능을 왜곡한 결과치고 너무 참혹하다.

지난 정부의 잘못된 유산을 물려받은 현 정부가 이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우크라이나 악재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경제의 리세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판이다. 인사 실패, 당정 불협화음, 실언, 외교 미숙 등도 원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경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 정권 지지율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간다. 이런 판국에도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의 비슷한 점이 있다. 전자는 한국 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고 현실을 부정한 것에 비해 후자는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애써 위기를 축소하려는 경향을 노출하고 있는 점이다. 어설픈 낙관이 자칫 대응 혼선으로 나타날 수 있어 이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다.

금리 인상만으론 경기 잡을 수 없어, 수출·내수 살리는 경제 팀워크 필요

지구촌 각국이 남의 처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철저하게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요즘 횡행하고 있는 글로벌 현상이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총력적 정책 대응으로 안간힘을 쓴다. 미국은 동맹과의 연합전선을 통해 중국 고사 작전을 펼치면서도 자국 이익을 위해 배수의 진을 친다. 인플레 감축법(IRA)이나 반도체·전기차(배터리 포함) 동맹 등도 모두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에 근간하여 미국의 제조 이니셔티브 확보에 초점을 맞춘다. ‘킹달러’가 경쟁국 경제를 고사시키면서 자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한다. 중국이나 독일을 비롯한 EU·일본 등도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 위한 정책 믹스를 강구 중이다. 성급하게 판을 두면 낭패를 당하기에 십상이라는 것을 익히 간파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기업의 필살기가 국가 단위의 정책 경쟁으로 번져 점입가경이다. 한쪽이 살면 다른 쪽은 죽는다. 어느 한 곳을 막으면 다른 곳이 터진다. 대내외 균형이 무너진 전형적 복합위기다. 환율·물가·경기를 금리 인상만으로 잡기 어렵다. 물가 잡으려다 수출이 무너지고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면 더 큰 늪에 빠진다. 물가에만 연연하지 말고 경제 활력이 꺼지는 것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경제 부처 팀워크와 정책 조율이 필연적인데 이런 모습이 없다. 시장 다변화를 통한 수출 확대와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정쟁에 휘말리지 말고 정부라도 정신을 차려 회생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경고등은 깜빡거리는데 위기 대응과 시나리오 플래닝 시스템은 실종되고, 최고의 인사들을 앉혀 놓았다는데 국가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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